유령수술에 대한 불안감 커지지만… 의료전문변호사 “환자의 피해 입증, 생각보다 쉽지 않아”
인천의 한 유명 병원에서 행정직원이 의사를 대신해 수술을 집도하는 이른바 ‘유령수술’이 진행되었다는 폭로가 제기되며 의료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유령수술은 집도의 대신 환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제3자가 수술을 맡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임상경험과 경력을 자랑하는 의사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수많은 환자들을 유치한 후, 경험이 일천한 의사나 아예 의사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에게 수술을 진행하도록 하여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위험에 빠트리기 십상이다.
실제로도 유령수술을 받다가 사망에 이르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2014년에는 서울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쌍커풀 및 코수술을 받던 예비 대학생이 중태에 빠진 후 숨지고 말았다. 당시 환자의 수술은 집도의가 아닌 다른 의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5세 청년 A씨 역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끝내 숨지고 말았다. A씨는 의료사고를 우려하여 직접 발품을 팔아 다양한 병원에서 상담을 받기까지 했으나 결국 유령수술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시 A씨의 집도의는 동시에 여러 개의 수술실을 잡고 여러 명의 환자를 번갈아 가며 수술하는 일명 ‘공장식 수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이 들어와 환자의 뼈만 절개하고 나가면 이제 막 메스를 잡기 시작한 20대 유령의사가 수술을 이어받는 식으로 수술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병원에 마취과 의사가 있다 해도 한 번에 여러 수술실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황을 충실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A씨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수술실에는 의사의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유령수술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이지만, 정작 환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아채거나 피해를 입은 후 의료진의 책임을 묻기는 매우 어렵다. 수술을 하기 위해 마취가 된 상황에서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고 보호자들 또한 의료진이 바꿔 치기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든 탓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여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해도 병원 측이 가지고 있는 각종 정보를 찾아내는 일부터 이를 해석하여 문제점을 짚어내는 일까지 환자나 유족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만 산재해 있을 뿐이다. 상해나 살인 혐의로 의료진을 고소하더라도 당국이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환자의 억울함은 더욱 짙게 쌓인다.
법무법인YK 신은규 형사·의료전문변호사는 “환자나 유족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가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시위를 하거나 주변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때에는 오히려 영업 방해나 명예훼손, 재물손괴와 같은 혐의로 더욱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의학적 지식과 법률 판단이 동시에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주위의 도움을 받는다면 보다 신속하게 문제를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 : http://www.globalepic.co.kr/view.php?ud=2021061416063873246cf2d78c68_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