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둘러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그 차이점은?
이혼청구에 대해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이 불가능하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에 대해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며 이와 상반되는 개념으로는
파탄주의가 존재한다. 파탄주의는 누구의 잘못이든 상관없이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재판상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 이러한 사유에 대해 책임이 없는 당사자이여야
하며, 만일 유책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청구할 경우 이는 기각된다. 물론 책임이 없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아무 때나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다.
민법에서는 재판상 이혼 원인을 단 6가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을 진행할 수 있다.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나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6가지 사유를 재판상 이혼의 원인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유책배우자이혼소송에서 예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인정하여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 과거 서울가정법원은 약 25년
동안이나 이중 결혼 상태를 유지해 온 남편이 제기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부부가 무려 25년 동안이나 별거를 하며 혼인의 실체가 완전히 사라졌으며 그 과정에서 남편의 혼인파탄에 대한 책임 역시 경중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희미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도 파탄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대법원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지난 해 대법원은 파탄주의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여 달라진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시도하기도 했다.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금지하는 법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변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