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소송 상속분쟁 단순히 금전 문제일까?
[일요서울]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들 하는데, 변호사로서 상속 분쟁 사건을 다루어보면,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돈이 피보다 진한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많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형제자매임에도 불구하고, 생판 모르는 타인과 다투는 민사사건보다도 갈등이 치열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상속분쟁은 상속재산이 많고 적음과 큰 상관이 없다. 재벌들의 상속분쟁 못지 않게 상속재산이 그리 많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상속분쟁 역시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집 한 채와 약간의 예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몇 년씩 법정 공방이 오가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은 상속재산을 두고 몇 년씩이나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며 상속 관련 소송을 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가며 상속 소송을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소송의 밑바닥에는 가족내의 질서에 대한 불만이나 억울함이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상속문제를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은 “30년 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데...”라고 하시면서 아주 오래 전의 일을 꺼내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주 오래 전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상속인들이 훨씬 젊었을 때부터 억울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낀 가족내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장남인 형이 모든 재산을 차지했다’, ‘딸들에게는 아들들 몫의 절반도 주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재산도 많이 받아간 막내가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 나 몰라라 했다’라는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많다. 필자의 입장에서도 상담자가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공감하는 얘기들이 많다. 즉, 상속 분쟁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평등 내지 공평함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가족간에 법적 다툼을 한다는 점에 대해 좋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법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가족간의 불평등, 불공평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소송을 선택하는 것이다.
상속 분쟁은 오랜 갈등으로 인해 해결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가족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화해하고 적정선에서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금전 문제보다도 평소 가족 내의 질서 속에서 느꼈던 부당함이나 억울함을 풀어주면 해묵은 갈등이 좀더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상속 변호사로서 짧은 소감을 적어본다.
김신혜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