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나요?
[일요서울]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연일 화제입니다.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의 치밀한 복수극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극 중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내 역의 지선우는 “내 아들, 내 집, 내 인생. 뭐가 됐든 내 것 중에 그 어떤 것도 손해 볼 수 없다”라며 “이태오(극 중 남편) 그 자식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낼 것”이라고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분노를 담아 소위 ‘서초동 법조타운’의 이혼 전문변호사를 찾아가 이혼상담을 하고, 그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남편의 외도증거를 수집합니다.
특히 그녀의 포부 중에는 남편 이태오와 아들 이준영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혼으로 배우자와 자녀 사이의 관계도 정리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편이 면접교섭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협의이혼 합의서를 쓰고 물러나지 않는 한, 남편과 아들의 만남을 영구적으로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혼으로 혼인 관계는 해체되지만, 부모와 자녀까지 생이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에 우리 민법은 비양육권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가 상호 접촉할 수 있는 권리인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1항). 이러한 면접교섭권의 행사 여부 및 그 방법은 이혼소송의 중요 쟁점 중 하나이며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혼소송에서 통상적으로 비양육권자인 부모 일방의 면접교섭권 행사가 인정되지만, 그 권리 행사는 자녀의 복리를 먼저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자녀가 부모 일방을 만나길 원치 않거나 그 일방이 친권상실사유에 해당하는 등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 또는 가정법원의 직권에 의해 그 행사가 제한되거나 배제, 변경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이러한 면접교섭이 제한 또는 배제될 수 있는 사유로는 친권남용 또는 현저한 비행 등의 친권상실사유가 있을 때, 유책사유가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칠 때, 비양육권자가 면접교섭 과정에서 양육권자에 대하여 근거 없는 비방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면접교섭조건을 변경할 때, 비양육권자가 자녀를 탈취할 우려가 있을 때, 재혼했을 때 등이 있습니다.
다시 ‘부부의 세계’로 돌아와 살펴보면, 지선우는 이혼 후 남편과 아들이 만날 수 없도록 할 생각이지만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남편은 면접교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입니다.
또, 아들이 평소 아버지를 잘 따랐고 아버지의 불륜을 직접 목격하고도 어머니인 지선우에게 “엄마, 아빠 이혼하면 나도 싫을 것 같다”라고 말한 장면을 보면, 이혼 후에도 아버지와 만나길 원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대해 지선우는 남편의 불륜이 친권상실사유인 현저한 비행 또는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책사유에 해당하는 점 등을 근거로 면접교섭의 제한 또는 배제를 구할 수 있을 테지만 남편과 아들의 만남을 영구적으로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혼으로 부부의 세계는 정리되더라도 천륜을 거스를 순 없는 법입니다. 무엇보다 양육에 관한 부분은 자녀의 복리가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고려한다면 이혼 상대방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적절한 양보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대희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