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 숙려기간 중 외도, 재판상 이혼사유 될까?
이혼사건을 수행하다 보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의심되는데도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한 탓에 재판상 이혼을 구하는 대신 마지못해 협의이혼의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실제로는 한쪽 배우자의 비밀스러운 외도로 인해 서서히 부부간의 애정관계가 상실됨으로써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로 상대방의 적극적인 이혼 요구에 응하여 협의이혼을 하였다가 뒤늦게 상대방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는 의뢰인들도 적지 않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러한 경우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는 가정법원에 협의이혼을 신청한 이후에는 더이상 부부간의 정조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더욱 대담하게 부정행위를 하여 타방 배우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자유롭게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을 용인하거나 장기간 별거하는 등으로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파탄에 이르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을 신청하였다고 하더라도 1~3개월의 숙려기간 동안은 여전히 부부 상호간에 정조의무를 부담한다.
협의이혼의 숙려기간은 부부가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여부에 관하여 시간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한편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하여 부부 상호간에 한 번 더 노력을 하라는 취지로 주어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의 외도는 상대방 배우자로 하여금 이혼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혼인을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인 귀책사유가 되는 것이다. 한편, 협의이혼의 경우 부부 일방이 자유롭게 신청을 취하함으로써 언제든지 협의이혼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아가 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확인을 받더라도 3개월 이내에 시청, 구청 등 관할기관에 이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상
따라서,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에 배우자가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협의이혼 신청 후에 비로소 부정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왕의 부정행위가 협의이혼 신청 이후에 더욱 대담해진 끝에 상대 배우자에게 발각되는 케이스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 증거 수집이 더욱 용이한 측면도 있다) 타방 배우자는 이에 관한 증거를 수집한 다음 협의이혼 신청을 취하하고 타방 배우자를 상대로 부정한 행위를 원인으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여 정당한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최근의 하급심 판례 역시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의 외도도 재판상 이혼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부부간 갈등과정에서 별거 기간 또는 협의이혼 숙려기간은 혼인관계 유지 등에 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이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의 시간이기도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협의이혼 숙려기간 중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 역시 혼인관계의 유지를 방해하고 상대방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혼은 혼인만큼이나 중요한 인륜지대사이다. 특히 상대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경우,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섣불리 협의이혼에 응하였다가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도록 충분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하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하여 이미 마음의 상처를 받은 이들이 이혼의 과정에서 더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곽태영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