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전보명령, 부당전보 여부 판단하려면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내용의 전보명령이나 전직명령 등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포함된다. 법원 또한 사용자에게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전직, 전보 등 인사명령에 대해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26년간 서울지역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직원을 갑자기 지방공장 생산직으로 발령하는 등, 근로자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유발하는 부당전보 명령을 내려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부당전보 관련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정직, 전직, 휴직, 감봉 등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상당한 업무상 필요성이 없거나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 내려진 전보명령이라면 부당전보로 판단할 수 있다. 만약 부당전보라면 지방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어 원래의 지위로 복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당전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인정될까?
YK법률사무소 노사공감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전보명령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전보로 인해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얼마나 극대화 되는지, 신의칙상으로 요구되는 절차를 이행하였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려면 해당 인사명령을 통해 업무 운영의 활성화, 근로자의 능력 개발, 업무 능률의 증진, 노동력의 재배치 등이 이루어져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이 있다 해도 전보명령으로 인해 피해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고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부당명령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도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무조건 전보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이와 관련하여 최근 사용자와 근로자간 사전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전보명령에 대한 법원의 판례를 소개했다. A씨는 10여년간 근무하던 특수 작업조에서 일반 작업조로 재배치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보명령을 내렸다면서 해당 인사명령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업체의 인사규칙이나 관행에 사전협의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고 전보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였으며 작업장이 인접해 있어 생활 근거지를 옮길 필요가 없는 등 근로자 A씨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단순히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는 부당전보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부당전보, 부당인사명령 여부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의 개별 사정을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는 등 전문가들조차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관련 분쟁이 일어났다면 노동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살펴보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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