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죄추정의 원칙과 성범죄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유죄로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개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유죄를 규명하는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의 논증에 따라 피고인의 범행사실에 합리적 의심이 사라져 유죄로 판결되기 전까지는 피고인의 이익을 국가의 이해관계보다 우선시한다는 형평적 대원칙이다.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307조에서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를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수용하였다.
특히 형사법의 이념 중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라는 원칙이 있는데 무죄 추정의 원칙에 충실한 원칙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2018년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에 따라 사법부의 피해자 진술 중시 경향,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을 배척하는 판결 이유, 그리고 이러한 법원의 판결에 편승하는 검찰의 일사천리 공소제기 등 성범죄에서는 검사가 혐의를 입증하는 역할보다는 피고인 스스로가 본인의 누명을 벗지 않으면 유죄를 받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혀둔다)
법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매우 강력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는 속담은 법관의 머릿속에도 있기에, 구체적인 상황묘사가 담긴 진술은 피고인의 유죄에 무게를 싣게 된다.
따라서 이미 성범죄의 피의자로 수사가 개시되거나 피고인으로 재판이 시작된 경우 성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피고인이나 피의자가 본인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거나 혐의를 벗을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유죄가 어느 정도 단정된 상황에서 거꾸로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와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주장을 뒷받침 해줄만한 증거가 남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이같은 사정에서 기인한 것이다.
필자 역시 재판을 진행하면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볼 때면 숙연해지고 가슴이 아프다. 그렇지만 혐의가 잘못 특정된 경우, 성범죄피해자의 주장만으로 피고인을 쉽게 유죄로 단정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필자가 만난 한 피고인은 ‘곰탕집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혐의를 괜히 부인했다가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할 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경우 괘씸죄가 추가될 것을 염려하며 ‘차라리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성범죄의 혐의를 받게 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모범적인 정답으로만 들리겠지만 결론은 혼자서 대응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법적인 조언을 받고 대응해 나가야 혐의를 하나씩 벗어나갈 수 있다.
특히 경찰, 검찰, 법원의 어느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이 있느냐는 단계별로 파급 효과가 천지차이이다. 이래서인지 최근 검찰 조사 시 사건별로 변호인이 입회여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사건에서만큼은 변호인 입회가 다른 사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몸이 아플 때는 다들 병원에 손쉽게 찾아가지만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 변호사를 쉽게 찾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건과 다르게 성범죄 사건만큼은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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