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잘하는 법 "감정은 배제, 증거로 임해야 한다."
가정법원 앞에서 서로의 앞날을 축복하며 헤어지는 이혼 부부는 몇 쌍이나 될까. 모름지기 만날 때처럼 헤어짐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은 유독 껄끄러운 결말을 맺을 때가 많다. 서로의 잘잘못을 후벼파며 공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상대방을 좀 더 ‘유책 배우자’로 만들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양육권 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무리된 이혼에 승자는 없다. 상처를 준 사람도 결국 상처를 받게 마련이다. 도대체 ‘잘 이혼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있을까.
조수영 가사전문 변호사(38·사법연수원 43기)는 “기술적으로 보자면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판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증거 중심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이 잘 이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혼소송에 이르기까지 이미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을 텐데 감정을 배제한 재판이라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혼소송 중에서도 남편이나 부인에게 상간자가 있는 소송이 가장 감정이 격해져 있는 케이스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혼을 잘 하려면 결국 법이 정한 쟁점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금전적 배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철저히 증거 중심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감정이 상했으니, 상처를 입었으니 위자료를 달라? 불가능한 청구다. 상대방이 어떤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람을 피웠거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휘둘렀거나 등의 구체적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재산분할 역시 내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또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재산이 얼마이고, 어떤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아야 한다. 설령 잘 모르더라도 금융거래정보 제공신청을 통해 계좌조회 등을 하는 방식으로 찾아낼 수 있다.”
-결혼 전에 물려받은 재산은 통상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혼인 전 갖고 온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어도, 유지에 기여한 바가 있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을 시킨다. 다만 얼마를 기여했는지를 놓고 기여도(%)가 달라진다. 내가 맡은 의뢰인 중에는 결혼생활이 1년 미만이지만 결혼 전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고, 다만 기여도 부분에서 10%만 인정해 분할을 해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혼소송을 앞둔 부부 모두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이혼소송에서의 재산분배 문제는 ‘내가 가져온 돈은 내가 다 가져가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가사소송은 민사소송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함께 산 기간에 따라 소송에 임하는 태도도 많이 다를 것 같다.
“가사전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약 1000건의 소송 및 조정·상담을 해봤는데 공통된 특징이라면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서로가 할 말이 많다는 점이다. 서로를 원망하는 감정이 많이 섞였다는 얘기다. 한 예로 어떤 의뢰인은 결혼생활이 총 4개월이었는데 이혼소송을 했다. 전형적인 고부갈등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의뢰인(여성) 쪽 가족(친정)과 너무 자주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하면서 시부모가 구박을 많이 했고 그게 부부갈등으로 이어져 혼인이 파탄난 상황이었다. 자식도 없고, 분배할 재산도 없고, 어떻게 보면 소송으로 갈 것도 없는데 소송으로 다퉜다. 그러면서 청구사유에는 ‘몇월 며칠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형태의 나열이 계속 이어진다. 감정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으니 위자료라도 많이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반면 결혼기간이 길수록 소송은 차분하게 진행된다. 굳이 소송으로 가지 않고 조정이혼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황혼이혼일수록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지가 관건이다. 위자료는 주면 좋고 안 받아도 상관없다는 식이 일반적이다. ‘내 남편이 15년 전에 때렸으니 위자료를 받아야겠다’ 이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한쪽의 혼인파탄 책임을 많이 입증하면 위자료도 많이 받을 수 있나.
“그렇지도 않다. 혼인기간이 30년이고, 외도를 심하게 했어도 위자료는 2000만~3000만원이다. 외도 및 성관계를 한 직접증거를 제출해도 액수는 많지 않다. 통상 3000만원 정도면 잘 나온 것으로 본다. 다만 상간남 또는 상간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자녀의 유무도 이혼소송에서 하나의 쟁점이 되지 않나.
“친권·양육권에 대한 부부 간의 합의가 되지 않을 때는 재판이 정말 치열하게 진행된다. 소송만 2~3년씩 가기도 한다. 가사조사제도라는 게 있어서 가사조사관이 아이의 거주지를 직접 찾아가 아이를 관찰해 판단하기도 한다. 이때 친권·양육권을 갖기 위해서는 절대 아이 앞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엄마 또는 아빠의 존재를 좋게 말해야 한다. 또 판사 앞에서 ‘내가 친권·양육권을 갖더라도 면접교섭권을 허용해 아이가 비양육자와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자녀가 만 13세 이상일 경우 자녀의 의사를 물어 친권·양육권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엄마에게 친권·양육권을 주는 경향이 분명 있다. 아빠에게 유리한 경우도 물론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 엄마가 아이를 놔두고 집을 나가는 경우다. 이혼소송이 몇 달 몇 년씩 이어지면서 아빠와 조부모가 아이의 주양육자가 돼버리면 그때는 판사도 아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게 된다.”
-결국 부부싸움을 해도 아이를 데리고 가출하란 말인가.
“어찌됐든 이혼소송 중에도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좋다. 예전에는 이것을 악용해 부부 일방이 아이를 많이 빼돌렸다. 그런데 이젠 법원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빼앗긴 쪽에서 신청을 하면 사전처분으로 유아인도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추후 결정에서도 아이를 빼돌린 쪽이 불리해진다.”
-소송보다는 조정, 조정보다는 협의이혼을 하는 게 수임료도 아끼고 ‘좋게 이혼하는 방법’ 아닌가.
“결혼을 하는 데도 비용이 드는데, 이혼에 드는 비용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수임료를 아끼려다 결국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협의이혼을 하긴 했는데 세부적인 합의는 대충 뭉개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재산을 너무 못받았다거나 위자료가 적었다거나, 알고보니 내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었다며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결국 비용을 들여 처음부터 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소송이 싫으면 조정이혼을 통해 이혼하는 것도 방법이다. 협의이혼이 소송 외 합의라면, 조정이혼은 소송 내 합의로 보면 된다. 내 사건의 60~70%도 조정으로 마무리했다. 재결합을 전제로 한 조정도 많이 했다. 조정조서에 서명날인을 하면 항소, 상고도 못하고 확정력이 생긴다. 그렇게라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게 뒤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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