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현병 역주행 ‘고속도로 참사’ 그 날의 미스터리
지난 2019. 6. 4. 오전7시경 조현병을 앓던 운전자 박씨가 라보 화물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였다.
경남 양산에 거주 중인 박씨는 이날 새벽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박씨가 오전 3시 34분경 경부고속도로 경상남도 남양산IC로 진입하였고 오전 7시 15분경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의 신양IC 인근까지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모습이 고속도로 CCTV에 찍혔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게 오전 7시 16분경 차를 주행방향의 반대방향인 당진 방향으로 돌렸고 역주행하기 시작하였다.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 상황실에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되었고 경찰은 신속히 출동하였으나 19km가량 역주행을 이어가던 박씨의 차량은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 충돌하였다. 이 사고로 역주행 차량 운전자 박씨와 박씨의 아들이 숨졌고 충돌한 포르테 운전자인 최모씨도 사망하였다. 특히 최모씨는 2019. 6월 말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최씨의 승용차에서는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이번 사건에서는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였을 때, 역주행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사람에게 사상의 결과가 나타났을 때, 그리고 운전자에게 조현병을 앓는 사정이 있을 때의 문제이다.
먼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였을 때는 도로교통법 제153조 제2항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도로교통법 제153조 제2항은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 제13조 제3항을 고의로 위반하여 운전한 사람은 1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이하 같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중앙선이나 중앙분리대가 있는 경우 우측으로 통행해야함을 규정하고 있다.
즉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나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 고의로 우측으로 주행하지 않고 반대로 주행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역주행을 하다가 사람을 사상하게 이르게 한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제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물론 사망에 이르지 않고 상해에 이르더라도 역주행은 중앙선 침범 등의 12개 중과실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의사불벌규정 또는 보험등가입 특례에 따른 공소권 없음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중요한 건 운전자에게 조현병이 있을 때 심신상실 규정 또는 심신미약 감경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는 법원의 판단 사항으로 조현병이 있다고 무조건 심신미약 감경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나, 법원은 행위 당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사물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이를 정한다.
이 사례의 경우 운전자 박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료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박씨가 생존했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하였기 때문에(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역주행이므로 12개 중과실에 해당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게다가 고속도로 역주행이라는 점과 2명의 사망자를 냈기 때문에 실형이 불가피해보이는데 조현병이라는 심신미약 사유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하겠다.
그 날 운전자 박씨가 역주행을 한 이유나 원인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사건 발생 두 달간 조현병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한 상태였다는 것만 추측할 뿐이다.
최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과 더불어 조현병 환자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조현병에 대한 공포가 순식간에 여론을 덮쳤다. 물론 일련의 사건으로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생겨선 안되겠지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는 일 없도록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기사 링크 : http://cnews.thekpm.com/view.php?ud=201906201246112171124506bdf1_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