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음주뺑소니에 무너진 청년의 삶
2019년 5월 2일 새벽 1시 40분쯤, 차를 운전하던 A(29) 씨가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에 서 있던 B(30) 씨를 차로 친 뒤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사고 현장 유류물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용의차량을 특정하고 CCTV 등의 도움을 받아 사고 이후 5시간 만에 운전자 A 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하여 검찰에 넘겼다.
조사결과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67% 상태였으며, 이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B 씨는 현재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는 흔히 ‘뺑소니’라는 말을 쓰는데, 법적으로 뺑소니의 정식 죄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위반(도주치사상)이다. 특가법 제5조의3은, 자 사고로 피해자를 상해한 자가 도로교통법상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면(도주치상)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차 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차를 몰다가 사고를 냈고, 피해자 B 씨가 이로 인해 의식을 잃은 상태(상해)이므로, 특가법 위반(도주치상)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만약 A 씨가 재판을 받는 도중 B 씨가 결국 의식을 찾지 못하고 사망해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때는 특가법 위반(도주치사)죄가 적용되어, 피고인은 무기징역 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우리 법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죄’를 따로 규정해두고 있지는 않는데, 그렇다면 A의 음주운전은 어떻게 취급될까?
한 사람이 하나의 혹은 여러 개의 행위로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지를 때, 그에게 성립하는 범죄의 개수를 정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판례는 특가법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는 일명 ‘실체적 경합’이라고 하여 별도로 음주운전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따라서 A 씨에게는 두 가지 죄가 모두 각각 성립되어 적용된다.
교통과 관련된 범죄 중 가장 무겁고 악질인 범죄를 고르라면, 단연 ‘뺑소니’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음주 뺑소니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악이다. 과실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여도, 자기로 인해 상해 혹은 사망에 이른 피해자를 처벌이 두렵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하고 도망가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행위다.
일명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뺑소니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었지만, 아직 많은 음주·뺑소니 범죄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윤창호법에서 시작된 음주 뺑소니 근절 운동이 해당 법정형의 상향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엄격한 판결 선고로 이어지기를, 이로써 이 땅에 음주 뺑소니가 근절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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