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뺑소니’ 사고에 적용되는 도주치상 혐의는 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도로교통법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때 성립한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교통사고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것과 달리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가한다.
또한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면 교통사고처리법의 특례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다 하더라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도주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도주의 우려가 커 구속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좀처럼 선처를 구하기 어렵다. 만일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거나 피해자를 유기하고 도주하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도주치상 혐의의 적용을 피하고자 한다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운전자는 반드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경찰에게 사고가 일어난 장소와 사상자의 수, 부상의 정도, 손괴한 물건과 손괴 정도, 그 밖의 조치 사항에 대해 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 말하는 인적사항은 운전자의 성명을 비롯해 전화번호와 주소 등의 정보를 말한다.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 설령 일부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도주치상 처벌을 면하기 어려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의 경우, 자전거를 타고 있던 6살짜리 여자아이를 치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 번호만 알려주고 자리를 이탈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피해자의 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달아난 것이다.
A씨는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인적사항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으며 사고의 원인에 A씨의 과실이 있다며 도주치상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 출신의 법무법인YK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전문변호사 이준혁 변호사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아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는 등, 도주치상의 조건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통사고는 운전자라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불의의 사태이지만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므로 도주치상의 성립 요건을 꼼꼼하게 파악하여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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