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유사상표에 의한 권리침해, 무효심결 없어도 인정된다
우리 상표법은 유사상표로 인한 권리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할 동일·유사한 상표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상표등록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출원한 자만 그 상표를 등록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며 먼저 출원한 자의 우선권을 인정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늦게 출원한 상표가 기존 등록 상표와 유사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당연히 특허청이 이를 등록해주지 않고 거절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유사상표라는 점을 알아채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등록이 되어버린 경우에 발생한다. 아무리 뒤늦게 출원된 상표라 하더라도 일단 등록이 되어 버리면 유효한 등록상표로 사용할 수 있다.
상표법 제117조 제3항은 상표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상표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무효심판으로 인해 무효가 확정되면 그 때부터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할 뿐이고 그 전까지는 유사상표라 할 지라도 유효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선출원자는 후출원된 유사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권리침해를 당하게 되며 그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게다가 후출원 상표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제척기간은 5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만일 선출원한 상표권자가 후출원 유사상표의 존재를 일찍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아예 무효를 다투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형성된 법적 안정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결단이지만 선출원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영업을 해 가며 자신의 상표와 유사한 상표가 존재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행정청의 잘못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권리침해로 인한 손해를 자신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존 판례를 대대적으로 변경하며 선출원 상표권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 눈길을 끈다.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유사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했다면 설령 등록 무효 심결을 받지 않았어도 이를 권리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
상표권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오늘 날, 해외 유명 상표나 국내 선등록 상표와 동일·유사상표를 후출원한 후 등록한 상표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전개되어 왔지만 이번 판례를 통해 앞으로 이러한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이상 무효심판을 기다릴 필요 없이 선출원 상표권자가 권리침해를 주장하고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은 물론 상표권 위반에 따른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므로 관계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www.job-po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