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성추행, 처벌 수위 높아져… 형사전문변호사 '중대한 성범죄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수많은 사람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특성상 지하철에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그 중에서도 지하철성추행과 같은 성범죄는 환승역, 출퇴근 시간대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건으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서울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성범죄만 해도 6천3백여 건에 달한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죄가 성립한다. 대부분의 지하철성추행에 적용되는 혐의로, 지난 해 법이 개정되면서 법정형이 상향되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강제추행과 달리 폭행이나 협박을 요건으로 하지 않아 추행 여부가 처벌을 가르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한다. 추행은 성욕의 흥분이나 자극, 만족을 목적으로 건전한 상식이 있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데 주로 엉덩이나 가슴, 성기, 허벅지 등의 부위를 접촉할 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신체 접촉이 지하철 내의 혼잡한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질러진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범죄 장면을 정확하게 목격 했다거나 CCTV에 그러한 모습이 담겼다면 혐의를 입증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으나 대부분의 지하철성추행은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행위가 많아 이러한 증거를 확보하기 힘들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엇갈린 주장만 가지고 진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재판에서도 각 심의 판결이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대법원은 지하철에서 5분간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2019년 경의중앙선 전동차에서 피해자의 치마 속에 손을 넣어 5분간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추행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피해자는 경찰조사 때 피고인이 왼손으로 추행했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오른손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2심 재판부는 이를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오히려 진술이 추가되는 모습이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피해자가 비록 법정에서 새로 추가한 부분이 있지만 이는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부족하거나 기억을 떠올려 진술을 추가, 변경할 여지가 있다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경찰출신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러한 판례만 살펴보더라도 지하철성추행을 다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지하철성추행은 사용한 방법이나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강제추행이나 준강제추행, 미성년자성추행 등 다른 혐의가 성립하여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기사 링크 : http://cnews.thepowernews.co.kr/view.php?ud=2021060508223467886cf2d78c68_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