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판결의 새로운 지평을 연 ‘레깅스몰카’ 판례…무엇이 달라졌나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불법촬영’ 범죄는 현재 중대한 성범죄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처벌 수위도 결코 낮지 않은 편이다. 불법촬영에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몰카’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촬영물을 유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레깅스몰카’를 찍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2018년 5월,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약 8초간 촬영하다가 적발되어 카메라등 이용촬영죄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이를 파기하고 무죄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재활용되고 있으며 특수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니라 사람의 시야에서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며 레깅스를 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또한 피해자가 경찰 조사에서 ‘기분이 더럽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이러한 진술이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나타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2심 판결을 모두 비판했다.
우선 대법원은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은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모습이 타인의 성적 욕망이 될 수 없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며 피해자의 진술 또한 성적 수치심이 유발됐다는 의미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성적 수치심이 반드시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분노, 공포, 무력감, 모욕감 등 다양한 층위의 피해 감정을 모두 포섭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A씨의 불법촬영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거나 생활의 편의를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에 의사에 의해 신체 부위를 드러냈다 하더라도 이를 몰래 촬영한다면 성적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보았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보호법익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 되지 않을 자유라는 점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법무법인YK 유한경 형사전문변호사(법무법인YK 제공)
이에 대해 법무법인YK 유한경 형사전문변호사는 “지금까지의 불법촬영 관련 판결은 대개 신체의 노출 여부로 유·무죄를 판단하곤 했으나 이번 레깅스몰카 판결을 통해 기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성립 범위가 보다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이번 대법원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혐의를 벗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한경 변호사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몰카나 불법촬영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데 공론이 모아졌고 사법부 또한 그러한 의견을 수용하여 변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부득이한 상황이라면 반드시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늦기 전에 도움을 받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