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도이혼, 부정행위에도 불구하고 위자료청구가 불가능하다면?
배우자의 부정행위 정황을 알게 된다면 배신감과 분노에 우선은 이혼을 생각하게 되고, 배우자는 물론 외도의 상대방에게도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지급을 청구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참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유는 다양하다.
자식들 때문에, 부모님 때문에, 직장에서의 평판 때문에, 혹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배우자의 부정행위 정황을 알고도, 변호사를 찾아 이혼 소송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상담하고도, 결국 배우자를 용서하고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식들만 결혼하고 나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승진만 하고 나면, 돈을 조금 모으고 나면 언젠가는 당당하게 이혼을 청구하고 거액의 위자료 역시 지급받고 말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민법은 제840조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원인을 정하면서 제1호에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단, 제1호의 사유는 ‘다른 일방이 사전동의나 사후에 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재판상 이혼 청구 사유로 두고 있지만 예외로 청구할 수 없는 경우 및 소멸시효를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정행위를 저지른 배우자로부터 무심코 받아둔 각서가 작성 경위 및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뜻밖에 그 부정행위를 용서한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을 때도 있다. 또는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어쩔 수 없이 참고 넘어가면서 ‘발뺌하지 못할 증거를 찾을 때까지 일단 참자.’라는 마음에 무작정 시간을 보내다 보면 소멸시효를 훌쩍 넘기기 쉽다.
위와 같은 사정이 있다면, 배우자의 부정행위에도 불구하고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자료 역시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기타 사유로 이혼 사유를 잘 구성하여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위자료 액수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부부 사이 신뢰 관계에 금이 간 상황이 계속되면서, 부정행위 이외에도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부부 양 당사자 모두 이혼을 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제 재판에서 위 조항이 문제가 되는 사례는 많지는 않으나, 만약 부정행위를 저지른 쪽이 이혼을 원하지 않아서 위 법 조항을 들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뜻밖에 이혼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혼인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혼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의사에 달린 문제라 변호사라도 의사결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로 인하여 이혼을 원하지만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금전적으로나마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고통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다면 법률가로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되었다면, 설령 당장에 이혼 여부를 결정하지 않더라도 일단 이혼전문변호사를 찾아 대응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추후 이혼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