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책배우자도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제3자와 부정행위를 저지른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정서상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고, 사회의 도덕관에도 배치되는 듯하다.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은 유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주의와,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되었다면 유책 사유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로 나뉘어 치열하게 다툰 바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이혼 사건과 그 사유들을 살펴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파탄주의로의 입장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의 다수의견인 유책주의 입장에 의하면 우리 법제는 협의 이혼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책배우자도 상대 배우자와 원만한 합의에 따른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따라서 파탄주의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유책배우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곧 상대방에 대한 의무를 등한시하는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법원이 유책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이유는 유책배우자와의 사이에 있는 미성년 자녀의 존재였을 것이다. 유책배우자의 행복 추구권을 비롯한 그 어떤 권리보다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올바른 양육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어찌 보면 타당하다.
그러나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관계가 파탄된 부부를 간신히 붙여놓은 뒤, 그 밑에서 자란 미성년 자녀에게 그 심신의 안녕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오히려 헌법에서 정하는 가족과 혼인제도에 부합하지 않고, 이혼을 둘러싼 갈등 해소의 방안을 규정하고 있는 가족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후에 파탄주의를 택하는 데 있어서는 유책배우자에 대한 상대방의 손해배상청구권 및 자녀의 처우에 대한 입법적 고찰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환경일보(http://www.h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