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국민건강 위협하는 사무장병원, 형사처벌부터 요양급여 환수까지 책임 무거워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직접 다루는 의료행위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의료기관은 의료인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개설할 수 없다. 단, 의료법인으로 인정되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만일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한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어디서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무자격자가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익을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안전을 위해 마련해 둔 규정 등을 모두 무시,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1월 발생했던 경남 밀양의 병원 화재사건이다. 당시 해당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이사장은 비의료인이었으며 10년간 병원을 운영하면서도 소방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않아 병원이 화재 발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대법원은 해당 이사장에게 159명의 사상자를 낸 화재사고의 책임을 인정해 징역 9년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사무장병원의 과잉의료행위는 과도한 요양급여 청구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해 사무장병원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재정누수는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무려 44.49%나 증가한 3조2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사무장병원을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무법인YK 의료센터 신은규 형사/의료전문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무장뿐 아니라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에게도 묻게 된다. 형사처벌 외에도 그 동안 부당하게 받아낸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하게 되는데 대개 운영 기간 동안 수령한 요양급여비 전액에 대해 환수 조치가 취해지기 때문에 그 액수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큰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일률적으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조치에 대해 대법원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라는 판결을 속속 내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은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 과정에서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 사정을 고려해 요양급여 환수액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보완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개별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이에 신은규 형사/의료전문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의 폐해와 근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책임을 지울 것이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개인의 대응 방법에 따라 형사적, 행정적 책임의 크기가 좌우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혐의에 연루되었을 때에는 조속히 법률 조력을 받아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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