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변호사가 이야기하는 영화 ‘이혼 이야기’
[일요서울]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들의 감정 연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이혼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 입장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형사 변호사는 나쁜 사람들의 좋은 면을 보고, 이혼 변호사는 좋은 사람들의 가장 추악한 면을 본다(Criminal lawyers see bad people at their best, divorce lawyers see good people at their worst.).”라는 대사였다.
이혼 소송을 처리하다 보면 한때는 저 사람들이 사랑해서 결혼까지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한다. 지나치게 과장되었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에게 상대방의 서면을 전달하는 것이 괴로울 때도 많다. 그야말로 심장을 난도질한다.
문제는 종종 변호사들이 그 역할에서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의뢰인이 하는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더 자극적이고 잔인하게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서면을 쓴다. 상대측 변호사가 제출한 감정적이고 잔인한 서면을 받아 본 의뢰인들은 화를 내면서 “우리는 왜 저렇게 자극적으로 안 쓰나요?”라며 더 끔찍한 서면을 요구한다.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도 처음에는 큰 갈등 없이 이혼하려던 두 주인공이 변호사 때문에 점점 더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많은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 이혼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녀가 있기에 서로 아예 얼굴을 보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서로 부부로서 더는 함께하지 않더라도 내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로서는 존중해주고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감정만 소진하고 얻을 것도 없는 진흙탕 싸움 이후 서로를 존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혼하는 당사자들도 상처투성이고, 그 누구보다 가장 고통받는 것은 둘 사이에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고 마는 자녀들이다.
이혼도 결혼의 여러 갈래 중 하나다. 이혼을 했다고 해서 큰 잘못을 했다거나 실패를 한 것도 아니고 이혼 또한 결혼의 과정일 뿐이다. 영화 제목이 ‘이혼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이야기>인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혼은 결코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고 부부가 합리적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당장 이혼하는 마당에 상대방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싸우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지막 배려심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무조건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자극하고 헐뜯기보다는 이혼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민해주는 변호사와 함께 이혼의 과정을 견뎌내면 좋겠다.
김채민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