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 보여도 다른 결과 나타나는 '준강간죄', 그 이유는?"
음주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그 중 하나가 '준강간죄'다.
준강간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 불능 상태의 사람을 간음했을 때 성립하는데 강간죄에 준해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결코 가볍지 않은 처벌이지만 술에 만취해 인사불성 상태가 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우발적으로 준강간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당부 된다.
준강간죄 성립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건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이다. 사건 당시 당사자가 어떤 상황이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얼핏 보기에 유사하게 느껴지는 사건이라도 혐의 인정 여부와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터넷 동호회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난 여성을 준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된 관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숙박업소의 CCTV가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하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에 처해졌다. 당시 CCTV 영상에서 여성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역시 증거로 작용했다.
반면 B씨의 결과는 달랐다. 호프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여성과 술을 마신 B씨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으로 여성을 초대해 성관계를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이 여성이 준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B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여성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피해를 주장하는 쪽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져 결국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법인YK 부산 김대희 변호사는 "준강간죄 사건을 살펴보면 단순히 억울하다고,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혐의를 벗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준강간죄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간접 증거 등을 통해 밝혀야 억울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므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변호사를 통해 조속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고 해서 무조건 혐의가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대법원은 자신의 처제가 만취 상태라고 오인해 간음한 남성에게 준강간미수를 인정했었다. 행위 당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준강간죄가 성립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김대희 변호사는 "준강간죄를 비롯해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법조계도 이에 따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널리 통용되던 법리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법리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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