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YK= 전형환 변호사] 연애할지 고민하며 상대를 알아가는 단계를 흔히 ‘썸타는 관계’라고 한다. 20대 남성인 정모씨는 2018년 여름 오픈채팅방에서 한 여고생을 알게 되었고, 그해 12월 두 사람은 처음 만나 놀이동산에 놀러가게 된다. 정씨는 여고생의 손을 잡거나 볼을 만지고, 자꾸 안으려고 하였으며 결국 이 여고생은 정씨를 강제추행의 혐의로 고소하였다.
형법 제298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만약 피해자가 19세 미만일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3항에 따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 된다. 그간 대법원에서는 법문을 보다 확장하여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라는 기습추행의 법리를 인정하여왔다.
혹자는 이러한 법리에 대해 법문보다 구성요건이 확장되었다며 위헌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폭행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요소를 같이 하는 강간죄에 비해 강제추행죄가 넓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에는 필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에 대해 하급심 판례에서는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으로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을 강제추행에 포함시킨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라고 규정되어 있는 이상 행위자가 행한 거동이나 행태가 상대방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성욕의 흥분, 자극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볼 만한 징표를 가지는 것이어서 폭행행위와 추행행위가 동시에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타 기습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주관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성욕을 충족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야기할 만한 행위를 행한다는 인식하에 일반적인 입장에서 성욕의 자극이나 만족을 구하려는 행태로 볼 만한 경향성이 드러나 상대방의 성적 자유(성적 자기결정권)를 폭력적 행태에 의하여 침해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형사책임의 영역에서 취급되는 강제추행죄의 죄책이 성립한다.”며 기습추행의 요건을 제한하려는 법리를 판시하기도 하였다(2012.6.8.선고2011고합686).
그렇다면 처음 놀이동산 사례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씨의 신청으로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다. 검찰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손을 만지는 것은 폭행"이라고 주장했고 정씨 측은 "데이트 중 예상할 수 있는 신체 접촉"이라고 반박하였다. 무엇보다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가 큰 쟁점이 되었는데, 검찰 측은 여고생이 "몸을 빼는 등 거부 의사를 보였다"고 하는 반면 정씨 측은 "머리를 만지자 손을 물어버리겠다고 해 장난인 줄 알았다"고 반박하였다. 결과적으로 배심원 8명은 모두 무죄로 평결하였고 1심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판례가 이슈가 될 만큼 강제추행은 성립의 범위가 넓다. 무엇보다 성범죄는 사회적 낙인이 크고 신상정보등록이나 공개가 문제 되는 만큼 강제추행이 문제가 된다면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와 함께 대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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