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변호사 “직업병으로 산업재해보상 받으려면 인과관계 증명이 중요해”
산업재해란 법적으로 업무상 재해를 의미하며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나뉘는데 업무상 사고란 작업 중 발생한 추락, 감전, 화재, 유독물질 유출 등 시간과 장소가 비교적 명확한 사건으로 입게 된 재해를 의미한다. 반면 업무상 질병은 작업 수행의 과정이나 환경 등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유해인자가 가중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재해이며 직업병은 대개 업무상 질병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산업재해라 해도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률은 많은 차이를 나타낸다. 2019년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에 대한 산재 인정률은 최근 5년간 94% 이상을 기록하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업무상 재해는 2018년 63%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전년 대비 상승한 수치이다. 즉, 직업병으로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할 경우 10명 중 4명은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법무법인YK 노사공감 김혜림 노동전문변호사는 “산업재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질병, 부상과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 업무상 사고는 외부적으로 사고의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인과관계의 증명이 용이하지만 직업병과 같은 업무상 질병은 발생 원인이 사고에 비하여 복합적, 점진적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홀로 입증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직업병 같은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보상을 받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산재보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근로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노력하게 되면서 직업병도 산업재해보상 인정이 가능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산재보험법에서는 ‘직업병’을 업무수행 과정 중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이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직업병의 종류를 나열하고 있는데 뇌혈관 질병이나 심장 질병, 근골격계 질병, 호흡기계 질병 등 12가지를 꼽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열거되지 않은 질병이라고 해서 산업재해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김혜림 노동전문변호사는 “관련 법 시행령에 직업병의 종류를 나열한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 질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 관계를 보다 쉽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따라서 열거되지 아니한 경우라 해도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한다면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의 폭언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이 발생했다면 이런 부분을 입증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이러한 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노출된 업무 시간이나 해당 업무에 종사한 기간, 업무 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끝으로 유해/위험요인에 노출, 취급한 업무가 원인이 되어 직업병이 발생했다고 의학적인 인정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법원이 이러한 입증책임을 근로자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혜림 노동전문변호사는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 근로자들이 법적, 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자신의 직업병이 산업재해보상의 대상임을 입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최초 승인요청이 거부되면 기나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처음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료, 근거 등을 정확하게 준비하여 단시간에 승인 처분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전했다.
기사링크 : https://ccnews.lawissue.co.kr/view.php?ud=202001311551383005992c130dbe_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