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뺑소니 변호사 “몰랐다고 말만으론 책임 회피 어려워”
“사고 난 줄 몰랐어요.”
교통사고뺑소니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교통사고뺑소니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사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주’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며 사고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뺑소니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신고 등 구호조치를 해야 하고 이 의무를 저버리고 도주하는 행위를 일명 교통사고뺑소니라 하여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묻는다.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다쳤다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백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만일 피해자가 사망했다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이 뒤따르며 교통사고 피해보상에 대한 민사적 책임까지 져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는 교통사고뺑소니 혐의가 인정되었을 때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다. 때문에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이러한 주장을 펼치며, 실제로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뺑소니 처벌을 면하는 사건도 있다. 하지만 법무법인YK 교통형사센터 이준혁 경찰출신 변호사는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은 처벌을 키울 뿐”이라고 지적하며 한 사건을 소개했다.
2017년 청주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A씨는 이후 경찰에 붙잡혀 “차량 내부에서 충격을 느끼지 못했고 라디오 때문에 부딪히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며 교통사고뺑소니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 또한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고도 도주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기는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구조조치가 필요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 증명이 부족하다”면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렸다. 차량의 파손 정도와 블랙박스 영상의 모습을 고려했을 때, 사고 사실을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가 사고 당시 자신의 비정상적인 주행 사실을 깨닫고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차량을 조작했다는 점 또한 교통사고뺑소니 혐의의 증거로 활용되었다.
결국 A씨는 교통사고뺑소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준혁 경찰출신 변호사는 “헤드라인이 단순하게 뽑혀서 ‘몰랐다’며 무죄 판결을 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시각과 도로의 사정, 블랙박스나 CCTV영상, 차량의 파손 정도, 운전자의 연령과 상태 등 모든 부분을 면밀하게 고려하여 합리적인 근거가 갖춰져 있을 때에만 교통사고뺑소니에 대해 무혐의를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준혁 경찰출신 변호사는 “정말 교통사고가 발생한 줄 모르고 지나친 것이라면 말로만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교통사고 처리 경험이 많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증거자료를 모으고 자신의 입장을 증명해야 한다. 아무 근거 없이 주장만 펼친다면 혐의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그려져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건 초반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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