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 들이받고 번호만 남기고 떠난 운전자…대법 “원활한 교통 방해” 파기환송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자 자신의 차량 앞 유리창에 전화번호만 남기고 현장을 떠난 A씨(53)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화물차 운전기사인 A씨는 지난해 2월 밤 11시가 지난 무렵 도로변에 주차된 포터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뒤 차를 움직일 수 없자 A씨는 자신의 차량 앞 유리에 핸드폰 번호를 붙여두고 걸어서 귀가했다. 경찰은 A씨의 차량 때문에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차량은 견인됐다.
이후 A씨의 집으로 찾아간 경찰은 술에 취해 있던 A씨를 발견하고 음주측정에 응하라고 했지만 A씨는 이를 계속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고를 일으키고도 차량을 현장에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했고 경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도로교통법 제148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치를 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한다. A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A씨의 죄를 비교적 가볍게 판단했다. 주차된 차에 부딪혔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차량 유리창에 전화번호를 붙여놓긴 했지만, 피해자에게 연락은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교법 제156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도교법 제156조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나 주소 등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점”과 음주측정거부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고 경미하더라도 필요한 조치 취했어야”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A씨가 도교법 제54조를 위반한 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교법 제54조는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사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가해 차량으로 인해 다른 차량들이 도로를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이 사고 현장을 떠날 당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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