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특성 아닌 사용방식에 달려”… 검사출신 변호사가 말하는 특수폭행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상해에 미치지 못하는 피해를 입혔을 때 폭행죄가 성립하며, 형법은 이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을 행사한다면 특수폭행이 되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한층 가중된다.
A씨는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되었다. 평소 A씨가 싫어했던 주제를 골라 이야기 하는 동료를 수 차례 만류하였으나 동료가 이를 듣지 않았고 A씨가 내뱉은 욕설에 동료가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 이에 A씨도 맞서 싸우면서 술잔을 집어 던졌고 술집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면서 소란이 마무리 되었다.
A씨는 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고 먼저 주먹을 휘두른 동료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동료에게 단순 폭행 혐의를, A씨에게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술잔을 집어 던진 행위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폭행한 것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술잔이 동료에게 맞은 것도 아닌데 특수폭행으로 처벌될 수 있는가에 대해 법률전문가에게 상담을 구했다.
유앤파트너스 유상배 검사출신 대표변호사는 “흔히 칼이나 도끼, 각목 등 흉기를 사용했을 때에만 특수폭행이 성립한다고 생각하지만 위험한 물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물건의 종류가 아니라 사용방식에 달려있다. A씨의 사례에서 술잔이 동료에게 직접 맞은 것은 아니지만 던진 방향이나 거리가 피해자와 상당히 가까웠기 때문에 사회적인 통념에 비추었을 때 상대방 혹은 제3자가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특수폭행 혐의가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례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비비탄총, 마요네즈병, 열쇠뭉치, 심지어 달걀까지도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같은 물건이라도 구체적인 사용 방식에 따라 법원의 결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공사장 인부끼리 발생한 다툼에서 각목을 휘두른 중국인 B씨에게는 특수폭행 혐의가 인정되었으나 상대방이 먼저 칼을 휘둘러 이에 대항하기 위해 각목을 이용한 C씨에 대해서는 특수폭행 혐의가 부정되었다.
유상배 변호사는 “위험한 물건을 폭행에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 주머니나 옷소매에 숨겨 휴대하고 있기만 하더라도 특수폭행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특수폭행이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유 변호사는 “단순폭행은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공소권이 사라지는 반의사불벌죄지만 특수폭행은 합의를 한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또 범죄의 특성상 특수상해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러한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제 행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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