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유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유책주의와 혼인생활의 파탄 여부에 따른 이혼 청구를 인정하는 파탄주의 중 어떤 입장을 택할 것인지 오랜 기간 고심해왔다.
특히 과거에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여성을 쫓아내는 수단으로 이혼이 악용되어 왔고, 이러한 배경에서 법원은 유책주의를 인정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것이 명백하고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등의 사정’이 있을 때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인정한다고 판시하는 등 파탄주의적인 요소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원이 파탄주의를 택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 홍상수 감독의 이혼 사건이 이러한 법원의 입장 변화를 가져올 분기점이 되지는 않을지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1심 법원은 홍상수 감독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음은 인정하면서도, ‘파탄의 주된 책임이 홍씨에게 있고, 유책배우자인 홍씨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보아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해, 유책주의의 견지에서 판단하였음을 명확히 했다.
홍상수 감독이 항소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만큼 한동안은 법원이 유책주의에 따른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상수 감독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별거 기간이 길어지고, 부부가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명목상의 부부관계만 유지하고 있다면, 이 자체로 이혼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6:7의 비율로 유책주의가 유지되었고, 현재 재판부 구성도 진보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파탄주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의뢰받는 사건의 유형을 보더라도, 본인이 유책배우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혼 소송 제기를 원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실제로 유책성 입증 정도에 따라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경향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추어 법원도 제2의 홍상수 감독 사건에서는 파탄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