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료과오소송, 다른 소송들과 구별되는 특성은?
▲의사출신 이민형변호사
의료과오소송(의료소송)은 다른 소송들과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규명 및 입증의 어려움
의료과실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과는 달리 증거가 의료인 쪽에 편재되어 있다.
의료소송은 고도의 의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며 직접적인 진료 과정은 진료한 의사만 알 수 있고, 중요한 진료기록은 대부분 사고가 난 이후에 작성이 되며, 진료기록부를 해석하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치료의 방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고,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과실로 인한 것인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밝혀내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
과실의 판단
의료행위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법원의 결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법관이 진료기록을 해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진료기록 감정을 통해서 과실 유무를 가리게 된다.
이 때, 진료기록을 감정하는 감정의도 모두 의사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약간 한쪽으로 치우친 결과가 발생하리라 여기게 되고 실제로 객관적인 감정을 받는 일이 매우 어렵다.
진료기록 감정은 원고 및 피고가 모두 신청을 하기 마련이다. 감정의는 송부 받은 기록을 해석해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원고 또는 피고가 제출한 감정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할 뿐이다.
의료인인 피고는 감정의에게 어떠한 질문을 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답변이 올지 알 수 있고, 어떠한 부분을 감춰야 할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원고는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의 과실로 생각되는 부분을 전부 질문하고 싶어한다. 과실로 판단되더라도 악결과와 인과관계가 없으면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원고가 과실이 있는지 물어보면 과실이 있다고 답변이 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오히려 과실이 없다고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의료소송의 승패를 가릴 수 있는 핵심인 진료기록 감정은 의사가 직접 작성을 해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답변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증인 신문은 증인이 깊게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진료기록 감정은 몇 달 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감정해 회신을 한다. 그만큼 날카롭고 예리한 감정 질문이 필요하다.
실질적 평등보장
의료과오소송에서 전문가인 의료인과 비전문가인 환자 사이에서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환자 쪽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이론이 발생했고, 환자의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인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권 이론이 발생했다.
그러나 소송단계에서 지나치게 피해자 구제만을 강조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방어진료 및 과잉진료 등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이 인체에 대한 침습을 수반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환자 쪽이 기여한 사정(기저 질환 등) 등을 반영해 의사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의료소송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해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갖춘 변호사에게 진행하는 것이 사실규명과 과실 입증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