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환경미화원 뺑소니'의 진실?... '블랙박스'는 알고 있다
지난 2019. 3. 19. 밤10시경,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인근 도로에서 밤길을 달리던 SUV차량이 갓길에 서 있는 환경미화차량과 환경미화원(54세)을 보지 못하고 잇따라 부딪혔다.
당시 피해자는 갓길에 쓰레기 수거차를 정차하고 운전석에서 차량 뒤편으로 이동 중 변을 당했다. 피해자는 관악구가 용역을 준 민간청소대행업체 소속 운전 담당 환경미화원으로 사고당시 야간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를 목격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이를 신고했고, 피해자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로 머리에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사고 이틀만에 숨졌다.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차량 운전자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사고 3시간 뒤인 20일 오전1시께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던 박모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사고 직전 자신이 부지점장으로 있는 시중은행 모 지점 소속 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측정 결과 당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3%였다.
박씨는 “운전 중 잠깐 졸아 차와 부딪친 줄 알았을 뿐, 사람을 친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블랙박스상 피해자를 차량 전면으로 충격한 장면이 명확히 나와서 몰랐다고 볼 수 없었으며, 부딪힌 후 “아 이 XXX, 아 이 XXX”라고 욕을 하는 소리가 녹음이 되어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박씨는 주차장 구석에 차를 세운 뒤 파손된 부분을 유심히 살피기도 하는 등 사고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정황이 발견되었다. 결국 박씨는 도주치사 혐의로 구속되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대하여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와 단순히 물적 피해만 발생한 경우 처벌 규정이 다른데, 물적 피해만 발생하였을 경우 조치없이 현장을 이탈하면 도로교통법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람을 사상한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3에 따라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동조 제1항 제1호),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동조 제1항 제2호)
한편,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그 불법성이 더 크다고 보고 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동조 제2항 제1호),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동조 제2항 제2호)에 처해지도록 규정되어있다.
박씨의 경우 피해자를 차량으로 치고 도주한 후 피해자가 사망하였기 때문에 동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박씨의 음주운전의 경우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을 받지 않는 0.013%에 불과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의 처벌규정이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인 위험운전치사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 윤창호법이라고 하여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의 위험운전치사죄의 법정형이 가중되었는데 그 법정형이 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형이다.
그러나 박씨의 경우 음주상태가 아니어서 본 조항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의 도주치사에 관한 죄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되어있어 박씨는 더 무겁게 처벌 받는다.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내어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사고를 내어 사람을 죽게 하고 도주한 것에 대해 입법자는 더욱 강한 처벌을 하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뺑소니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엄청난 중대범죄이다.
사고가 나 아무리 경황이 없고 두렵더라도 책임질 것은 책임을 지자. 자칫 도주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거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것을 명심하자.
기사 링크 :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556539#0B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