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에 혹했다 보험사기 공범 될 수도...“이득액 관계없이 가중처벌 가능해”
고객을 상대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들이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거나, 실제로 발생한 사고처럼 보이기 위해 사전에 모의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가로채왔다. 이같은 대담한 보험사기 행각이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태도가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지인 찬스’로 보험금 탄 설계사 12명 떼로 적발...“경찰 수사 의뢰”
금감원이 최근 6년 동안 발생한 보험금 지급 사례를 조사한 결과 보험사기로 약 18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보험설계사 12명이 적발됐다. 일당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조작한 사고의 건수는 약 280여건에 달했다.
또한 이들은 각자의 지인까지 동원해 서로 가해자와 피해자인 척 하기로 입을 맞추고 교통사고를 내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범행을 공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들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며 “보험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보험금 지급서류 및 입증자료를 첨부하여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금 안탔어도 처벌 가능하다?… “기망행위, 세밀한 검토 필요”
보험사기 사건의 특징은 이같이 가족, 친지, 지인 등을 동원해 범행을 공모하기 때문에 타 사건에 비해 좀더 조직적이고 긴밀한 관계의 공범이 많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기 사건을 다수 수행해온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이처럼 조직적인 보험사기 사건의 경우 실제로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범행에 공모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공범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보험사와 계약을 한 당사자나 보험금으로 이득을 본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도 보험사기에 가담한 점이 인정된다면 충분히 처벌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담자의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세밀한 법률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
유상배 형사전문변호사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주로 상대를 기망하려 한 의도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라며 “이 중 재산상의 이득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신인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기망행위 부분은 해당 사실관계에 관해 첨예한 법적 다툼이 발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산상 이득액에 따라 가중처벌을 내리는 일반적인 사기죄와 달리 보험사기는 피해액의 규모와 관계없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가중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바, 사건에 연루됐을 때 보다 세밀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강 변호사의 조언이다.
한편, 수사기관은 최근 보험사기 사건에 대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수사당국은 보험사기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사의 직접 피해뿐 아니라 다른 보험 가입자가 보는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해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