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촬영물도 처벌’ 확 바뀐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적용 폭 넓어져 경각심 가져야”
김씨는 최근 채팅으로 한 여성을 만나 수일간 대화를 나누다가, 나체를 보여 달라는 상대의 요구에 자신의 알몸을 찍어 그녀에게 전송 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상대는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고, 김씨의 나체 사진을 저장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피의자를 검거해 기소했지만, 피의자에게 적용된 혐의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아닌 음란물유포죄였다. 그가 김씨의 나체사진을 유포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해당 사진은 피의자가 촬영한 것이 아니라 김씨가 스스로 촬영한 촬영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김씨의 경우 몰카범죄처벌의 공백으로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관련 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처벌을 강화한 법안이 최근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 ‘구성요건 대폭 손질’ …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성립기준 바뀐다
지난달 29일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규정을 손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촬영물을 재촬영하여 유포한 경우에도 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처벌이 가능해진다. 개정 전 법령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성립을 문언상 ‘직접 촬영한 경우’로 한정해, 촬영물을 다시 촬영한 ‘재촬영물, 복제물’의 경우에는 해당 범죄로 처벌이 불가능했다.
아울러 당사자가 스스로 찍은 촬영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했다면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불법촬영물이나 이것의 복제물을 유포한 목적이 영리를 취하기 위함이었다면 무조건 징역형에 근거해 처벌한다. 과거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함께 명시되어 있었으나 해당 부분을 삭제해 불법촬영물로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보다 엄중히 처벌토록 한 것이다.
■ 적용 범위는 ‘넓히고’ 처벌 수위는 ‘높이고’
이번 개정의 의의는 처벌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컸던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해 그 적용 범위를 넓히고 처벌 수준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수년간 다양한 성범죄 사건을 전담해온 강경훈 형사전문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그간 스스로 찍은 사진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유포되거나, 촬영물을 재생한 후 그 화면을 다시 촬영한 재촬영물에 대해서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해당 부분이 디지털성범죄에 악용되고, 이를 엄중히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을 시작으로 사이버성범죄에 관한 처벌강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직접 촬영하지 않고 촬영물을 취득해 유포한 자에 대한 처벌 근거를 담은 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을 포함, 디지털성범죄 처벌에 관한 다양한 법안이 대거 발의된 상태다.
강 변호사는 “몰카범죄, 카메라이용촬영죄와 관련한 사건이 끊이지 않음에 따라 처벌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화된 상태”라며 “법이 점차 개정되어 감에 따라 몰카범죄로 성립할 수 있는 행위태양이 다양해지고, 그 처벌 수준은 강화되고 있으므로 해당 범죄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형사전문변호사와 함께 관련 법리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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