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술실 CCTV 설치의 빛과 그림자
(왼쪽부터 신은규, 김지훈변호사)
지난 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비의료인인 영업사원이 대리수술을 하는 충격적인 의료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전문적인 자격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비자격자가 불법으로 관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는 하지만, 특히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대중들이 느낀 배신감과 공포는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수술실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제1호),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2호) 등을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안 된다.
한편 위 법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비공개된 장소’에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제1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 준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제2호)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병원 복도나 대기실과는 달리 수술실은 비공개된 장소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의료법에서는 CCTV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현행법 하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수술실 CCTV를 통해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정보주체는 환자 외에도 의사, 그리고 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있다.
즉,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환자의 동의나 요구가 있다 하여도 의료진의 동의가 없으면 수술실 CCTV 촬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의료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나 입법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CCTV의 예방적 효과 덕에 대리수술을 하거나 수술대의 환자를 비웃고 희롱하는 등의 터무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이러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위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되어, 문제를 일으킨 의료진을 사후적으로 처벌하거나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기 용이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술 중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의 피해자인 환자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여 의료소송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피해자와 의료진의 정보비대칭이 심한 의료영역에서, CCTV 영상은 상대적으로 환자에게 유리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CCTV 영상이 환자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역시 의료분쟁 발생 시 해당 영상을 통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다.
반면 수술실 CCTV 설치의 부작용도 분명 존재한다. 첫 번째로 사생활 침해 문제다. 환자로서는 수술 장면이나 수술을 받는 신체부위가 영상에 기록되는 것이 꺼려질 수 있다. 심지어 성형수술과 같이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되는 ‘민감 정보’일 수도 있다.
설령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한다고 하여도, 의료진의 사생활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 ‘공개된 장소’가 아닌 수술실은 엄연히 의료업 종사자의 사적이고 전문적인 공간이고, 수술의 진행과정과 진행방식 역시 사생활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모든 수술 과정을 CCTV로 일괄 촬영하는 것이 수술을 행하는 의료진에게 불필요한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물론 대리수술이라든지, 보통의 의료인 수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실수 등 명백하고 중대한 의료과실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겠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수술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질병이 중할수록 수술에 위험이 따르고, 수술 과정에서도 다양한 돌발 상황들이 발생한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전문의라도 모든 변수들을 완벽히 예상할 수는 없기에, 그때그때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CCTV의 존재는,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수술을 하며 내리는 이러한 선택 하나 하나에 큰 부담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 결과 분쟁에 휘말리는 일이 잦아진다면, 의료진은 온 신경을 집중해도 부족할 큰 수술을 하면서 환자의 건강이 아닌 의료분쟁의 두려움 등에 쓸데없이 신경을 쏟게 될지 모른다. 이것은 수술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의사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실패의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기피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국민의 복지 증진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자명하다.
이처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는 분명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영업사원의 대리수술과 같은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의료계의 자성과 제도적 점검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나, 뜨거운 여론의 흐름을 타고 섣불리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자칫 더 큰 위험을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순기능을 고려하여 궁극적으로 수술실 CCTV제도를 도입하되, 촬영범위와 각도, 촬영 신체 부위와 촬영시간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또한 기록된 영상의 보관기간과 열람 주체 및 열람요건 등을 매우 엄격하고 치밀하게 규정함으로써 수술실 CCTV의 역기능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면서도 ‘유튜브로 수술을 공부하는’ 대리의사에게 생명을 맡기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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