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변호사의 시선] 성범죄에서의 진술 신빙성
[YK법률사무소=이준혁 변호사]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아오는 시점은 언제일까? 당연히 답은 모두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혼자서 수사기관에 진술하였다가, 뒤늦게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필자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지곤 한다. 뒤늦게 찾아온 의뢰인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수사기관에 왜곡되고 정제되지 않은 진술을 늘어놓은 경우가 태반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사건 초기부터 변론하는 다른 사건들보다 2, 3배 공을 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진술의 신빙성”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경제범죄와 다르게 성범죄는 더욱 그러하다. 계약서 등 각종 문건을 비롯하여 계좌 내역 등 금융정보가 남아 있는 경제범죄는 당사자들의 진술 외에도 그 사건을 입증하거나, 변론할 증거들이 많다. 반면, 성범죄는 그 범죄의 특성상 아무런 목격자 없이 피의자와 피해자,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결국 “어느 쪽 당사자의 진술이 더 믿을만한 것인가?”, 즉 누구의 진술의 신빙성이 높은가의 문제로 성범죄의 입증이 귀결된다.
대법원 또한 성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① 피해자 진술 자체의 합리성, 일관성, 객관적 상당성, 피해자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② 피해자 진술이 그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도16413 판결).
필자는 최근 맡았던 강제추행 사건에서 이러한 “진술의 신빙성”의 중요성을 새삼 크게 느낀 바가 있다. 의뢰인과 고소인은 늦게까지 술을 먹었고 아무도 없던 조용한 건물로 잠시 들어가 스킨십을 나누었다. 고소인은 며칠 후 강제추행으로 의뢰인을 고소하였는데, CCTV 등 강제추행에 대한 아무런 증거도 존재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강제추행 사건이 무혐의가 났던 것은 단 하나의 진술 덕이었다. 의뢰인은 합의 하에 스킨십이 이루어졌으며, 당시 스킨십의 순서, 겉옷을 입은 상태였던 것까지 일관되고 자세하게 진술을 한 반면, 고소인은 처음에는 옷을 벗은 상태에서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하다가, 옷을 입고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였다.
이 작은 진술의 차이가 결국 의뢰인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열쇠였다. 하지만 모든 사건에서 위 사건처럼 결정적인 진술의 모순을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러한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형사소송변호사가 가지는 전문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억울한 누명에 휘말렸다면, 최대한 빨리 가까운 형사변호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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