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법률‘톡’] ‘타인간의 대화?’ 통신비밀보호법의 명암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하여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러한 취지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불법감청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그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조 및 제4조).
즉, 통신비밀보호법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분별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선고된 판결을 볼 때, 태아의 신체의 자유, 인격권을 담보하기 위한 녹취까지도 위 규정의 적용을 받아 증거능력이 없는 것인지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든다.
최근 법원은 생후 10개월 된 아기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아이 돌보미의 학대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으나,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녹음한 파일은 통비법상 보호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피고인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보강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7고단6135 판결).
물론, 법문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판사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전제에서 볼 때 위 판결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신생아를 상대로 “미쳤네, 돌았나, 또라이, 울고 지랄이고”등의 욕설과 이에 대하여 신생아가 음성이나 울음소리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고 이를 통비법상의 ‘타인간의 대화’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하여 강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스스로 녹취를 할 수 없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증거조사가 이루어 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신생아를 일방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녹취한 것이 ‘돌보미와 신생아간의 대화’로 보면서도, 피해사실에 대하여 진술(대화)이 불가능한 신생아가 피해자인 이 사건 범행이 피고인에 대한 자백 이외에 보강증거가 없어 무죄가 선고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싶다.
■ 정윤 변호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졸업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변호사시험 합격
· KNS뉴스통신 칼럼 기고
· 현) YK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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