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능할까
최근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명 영화감독이나 대기업 회장이 외도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법원에 이혼을 신청한 경우가 뉴스의 일면을 장식한 사건을 접하며 혼인제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낀다.
부정행위를 한 유책배우자가 법원에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하지 않고 가정을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경우다. 즉, 상대방과 협의이혼이 불가능하기에 부득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 법원은 여전히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는 예외다.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거나 반대로 상대방의 이혼 청구에 대응해야 할 경우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혼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십년이 넘는 기간 별거하며, 부부간 별다른 왕래 없이 지낸 사안에서 이혼 청구가 기각된 판결을 접했다. 이혼을 원한 당사자는 강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십년이 넘게 별거하며, 혼인생활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부부라도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이혼청구가 인용될 수도, 기각될 수도 있으며, 이는 매우 일관된 법원의 입장이다.
즉, 별거기간은 이혼 여부를 판단함에 중요한 고려 요소일수는 있으나, 이것이 전적으로 이혼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평소 이혼을 원하거나, 이혼을 원하지 않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듣게 된다. 양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면, 이혼을 원하는 입장에 대해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것도 아니며, 이혼을 원하지 않는 입장에 대해 애정을 강요한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다만, 혼인이라는 것은 부부의 실체이며, 그 본질이 애정과 신뢰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혼을 원하는 쪽이나, 원하지 않는 쪽이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예의를 갖추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협의이혼이 불가할 경우, 결국 이혼의 소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혼 소송의 경우 혼인관계의 존속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게 될 것이며, 그 경우 이혼소송의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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