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범죄와 취업제한'에 관하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특정 직군에 10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대표적으로 유치원, 교육기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소, 그리고 의료기관 등이 있다.
그런데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위 법률이, 각 행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을 간과함으로써, 재범의 위험성이 없거나 범행의 정도가 가벼운 사람에게도 10년 동안 일괄적인 취업제한을 하고 있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2016년에 내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는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개정안에 따르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나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취업제한 명령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위 취업제한 규정이 사회에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교사와 의사 등의 직군이 성범죄 취업제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의료행위를 한다는 것은 사회 일반인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경계를 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취업제한의 조항이 이미 형법상 처벌을 받은 사람의 인생을 다시 한 번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이다. 다른 범죄와 달리 유독 성범죄에 관하여 강력한 후속 제재가 따른다. 성범죄 자체의 특수성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적용되던 취업제한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취지와 같이 다소 과도한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와 강간죄는 그 죄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특정 기관에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한다고 볼 수 있고, 헌법재판소의 견해도 이와 동일하다.
취업제한의 규정을 둔 이유는 성범죄자들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범행이 다소 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범을 방지하고 성범죄 발생 가능성 자체를 크게 제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는 일률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되고, 재범의 위험성이 얼마나 높은지, 죄질은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법원에 그 판단을 유보하는 해당 개정안은 종전 취업제한 규정의 맹점을 잘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정안을 적용함에 있어서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추후 지켜보아야 할 과제일 것이다.
<편집자 주>
■ 남현석 변호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 지방변호사협회 노동법 수료
현) YK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