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사과정에서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스페셜경제=한태원 변호사]최근 수사기관이 조사과정에서 결백함을 호소하는 피의자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심리생리검사, Polygraph)를 받을지 여부를 집요하게 추궁함으로 인하여 곤혹을 치르는 의뢰인들이 적지 않다. 경찰조사 경험이 적은 피의자의 경우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반드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이 검사를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1979년 이후 지금까지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하여 현재 수준에서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고 있으며,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 ①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날 것, ②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킬 것, ③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을 것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판례는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있어서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 ① 피검사자의 명시적인 동의, ② 검사기술과 검사방법의 합리성, ③ 검사자의 정확한 판독능력 등을 전제하고 있는바,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의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강요할 수 없으며, 피의자의 동의하에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다 하더라도 해당 검사결과는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 정황증거로 밖에 사용될 수 없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조사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지 않는가?’라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마도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아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거나 해당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하여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자백을 이끌어내는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수사의 단서가 부족한 사안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는 피의자의 태도를 피의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나 이를 이용한 수사기법은 ‘인간의 존엄’이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상당하나, 오늘날 심리적·정신적 검증과 관련된 다양한 수사방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이와 관련된 과학적 수사기법들의 범위가 계속 넓어져 가는 추세 등을 감안해 볼 때, 거짓말탐지기와 관련된 수사결과나 이를 활용한 수사기법들을 완전히 도외시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의해 자칫 그 결과가 좌우될 우려도 상당한 만큼, 수사의 단서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거나,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거부하는 피의자의 태도라도 정황증거로 삼고자 하는 수사방법은 최대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나아가,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그 ‘방법적 적절성’이나 ‘사실적 관련성’ 등의 면에서 다소 부적절·부적합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바,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피의자의 자백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하는 수사기법은 최대한 엄격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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