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과의 의미에 대한 단상
[스페셜경제=신은규 변호사]출퇴근길의 사람이 많이 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지하철이 갑자기 급정거할 때, 몸이 밀려서 옆 또는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부딪히거나 그 사람의 발을 밟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런 경우에 대부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인다.
내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상대방도 내 사과를 듣고 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이처럼 작은 한마디의 사과는 자칫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게 하는 미덕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그런데 살다 보면,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말한 한마디의 사과가 오히려 나를 옥죄는 사슬이 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법적인 절차, 나아가 형사사건 절차에서는 그 옥죄는 사슬이 감옥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턱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된 의뢰인을 변호하다 보면, 의뢰인이 상대방에게 보낸 사과의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이나 문자가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아무리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도, 또는 상대방이 따져드는 통해 당황해서 그랬다고 해도, 또는 일단 원만하게 상황을 넘어가려고 그랬다고 설명해도, 잘못을 했으니까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그런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추궁을 한참 동안 듣는 경우를 본다.
길을 걸어가다가 실수로 옆에서 오던 사람에게 부딪혔을 때,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내가 이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상대방이 그냥 넘어갈까 아니면 내 말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을까 항상 고민해야 한다면 참 삭막할 것이다.
하지만 짧은 사과 한마디 때문에, 그 사과의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 또는 문자 때문에 심지어는 유죄 판결까지 받게 되는 경우를 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일에서 일단 뻔뻔하게 나가야 되는 것인지 하는 자괴감까지 들게 된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하였던 ‘미안합니다’한마디의 사과의 의미가 부디 오해의 소지 없이 받아들여지길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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