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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어디까지일까

2017-07-11


 

 

 

 

[KNS뉴스통신] 의사의 설명 의무에 대해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례로 이른바 ‘가수 신해철 사망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가수 신해철이 2014년 10월경 복통으로 병원에 방문하자 해당 집도의가 특별한 설명도 없이 복강경을 이용한 위 축소술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가수 신해철이 2014년 10월 27일 복막염 증세로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의사의 설명의무 및 의료과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의료과실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인정할 경우, 의료서비스 현장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일반론

의사의 설명의무란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환자나 그 보호자에게 ①질병의 종류(증상) ②내용 및 치료방법 ③그에 수반되는 부작용·위험성 등 의료행위에서의 중요한 사항을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인정되며, 설명의무를 이행한 점에 대하여는 의사 측에서 입증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진료기술상의 과오나 인과관계의 입증 곤란을 완화해 주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의사의 설명의무를 통한 환자의 입증책임 완화의 법리 

의료소송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이를 이해하고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에 대법원 판례는 다양한 법리를 통해 환자의 인과관계 증명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키거나 의사에게 증명책임을 사실상 전가시키는 법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러한 법 해석의 대표적 예로는 ①사실상 추정이론을 통한 환자의 입증책임을 완화시키는 방법과 ②의사의 설명의무를 부담시키는 방법이 있다.   

 

위 두 가지의 법리는 모두 환자의 입증 곤란을 구제하고자 하는 취지이기는 하나, 사실상 추정이론과 의사의 설명의무는 논리적으로는 별개의 이론이다. 즉,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부담시키는 법리는 환자의 승낙권 및 자기결정권이라는 관념을 전제로 환자의 손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추정 이론은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 중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적절하게 해소하고자 하는 취지다.  

 

가수 신해철 사망 사건에서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검토 

법원은 가수 신해철과 관련한 형사재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해당 집도의에 대하여 금고 10개월 및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이와 관련된 민사재판에서 집도의가 유족들에게 총 15억80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 의료형사 사건은 의사가 치료상의 과실에 대하여 적절한 형사적 판단을 요하는 것인 반면, 의료민사사건은 환자가 의사에 대해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인바, 의료형사사건과 의료민사사건은 그 목적과 절차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형사사건의 판결이 민사사건에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의료형사사건과 의료민사사건은 실질적으로 불가분적인 연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의료사건이 발생한 경우, 해당 사건이 어떠한 형태의 소송이냐를 불문하고, 의사가 환자에게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충분하게 설명을 했는지 및 의사가 환자에 대해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하였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어질 수밖에 없다.  

신해철 사건의 판결문에 의하면, "특별히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피고인이 다른 치료 가능성을 제대로 검토하거나 시도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유착박리술을 했다.", "피고인이 수술 시행 전에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되어 있다. 이러한 판결문 기재에 의하면, 해당 법원은 담당 집도의가 고 신해철 측에 대하여 중요한 사항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아니하여 가수 신해철 및 그 유족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점을 인정했으며, 나아가 집도의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사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관념을 통해 구체적 사건에서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다소 완화시킴으로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손해를 공평하게 분담시키는 기능을 담당하며, 의사가 치료상의 주의의무를 충분히 하였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도 작용한다. 최근 의료사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개정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된 법적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이에 활발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YK법률사무소 신은규 변호사, 한태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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