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겨울경 초췌한 얼굴의 남성 의뢰인이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 의뢰인은 아내(정확히 말하면 전처-前妻)와 이미 협의이혼을 한 상태인데, 아내가 느닷없이 의뢰인을 상대로 재산분할심판청구를 제기했다며 매우 억울해 하였다. 그 의뢰인의 말에 따르면, 아내는 이혼당시 ‘당신이 어머님, 아버님을 부양해야하니, 내가 더 재산을 조금은 더 양보할 게요. 이혼만 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 의뢰인은 처음에는 아내와 이혼할 마음이 없었지만, 아내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협의이혼을 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기 무섭게 아내는 의뢰인은 상대로 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해왔고, 의뢰인은 아내의 돌변한 태도가 너무 억울하다며 상담요청을 해온 것이다.
의뢰인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현행 민법 제839조의 2 제3항에 따르면 이혼한 날부터 2년 내에 부부였던 일방은 다른 일방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아내의 재산분할청구는 적법하고, 아내가 재산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바가 인정된다면, 의뢰인은 아내에게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재산분할금을 일부 지급해야 한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다만 협의이혼당시 재산을 나눠가진 정황이 있고, 재산형성에 대해 의뢰인의 기여도가 더 커 보이므로 이 부분을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 결과 의뢰인은 필자에게 사건을 의뢰하였고, 법정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치열하게 다툰 결과 혼인기간이 18년임에도 불구하고 재산형성 및 유지에 대한 아내의 기여도가 30%에 불과하다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통상 혼인기간이 20년인 경우 아내가 전업주부라도 기여도가 약 50%정도 인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의뢰인은 성공적인 판결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의뢰인은 아내에게 재산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을 무척 억울해 했다. 또한 본인은 처음부터 이혼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거짓말을 하여 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무척 분개했다. 하지만 필자는 혼인생활 중 아내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의뢰인이 이렇게 재산을 형성 및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아내가 미울지라도 아내의 공을 너무 과소평가하지는 말라고 조언 해주었다.
만약 의뢰인이 이혼당시 변호사의 조언을 들었다면, 아내의 재산분할 심판청구에 대해 조금 더 발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건의 경우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의뢰인의 유책이 없어 보이고(오히려 아내의 유책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별거를 한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내가 이혼을 원하더라도 이혼을 하지 않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협의이혼을 한 뒤라도 위자료 소송은 이혼 후 3년 동안, 재산분할심판청구는 이혼 후 2년 동안 가능하다. 이와 같은 상황을 모르고 협의서 한 장 없이 이혼만 한 후, 추후 위자료청구나 재산분할청구를 당하여 의도치 않게 법적 분쟁에 휩싸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필자는 결혼을 할 때 예식비용, 웨딩촬영비용, 신혼여행비용 등이 드는 것처럼 이혼할 때도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솔직히 결혼을 할 때 꼭 필요하지 않는 항목에도 비용을 지출하는 반면, 이혼을 준비하면서는 변호사와 상담비용 조차 아까워하는 의뢰인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많다). 또한 이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혼변호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추후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 역시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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