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며칠 앞둔 지금, 백화점과 택배업체가 설 선물 준비로 분주하고, 기차와 버스회사 등도 설 연휴 민족대이동에 대비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그런데 설과 같은 명절을 맞이하여 바빠지는 사람들이 이들만은 아니다. 이혼변호사 역시 명절 때문에 바빠지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명절 연휴,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다 보니,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곪아 터져 결국 이혼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명절 연휴 고향으로 내려가는 차 안은 십중팔구 부부싸움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명절을 둘러싼 갈등은 결혼생활의 숨은 뇌관이다. 명절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던 일은 이혼소송의 단골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보통 아내 쪽에서는 시댁에 도착해 쉴 틈도 없이 전을 부치고 각종 음식을 장만하느라 고강도의 노동을 하는 것이 불만이다. 오랜만에 식구들을 만나 술 한 잔 하거나 TV만 보고 있는 남편이 너무나 얄밉다. 겨우 제사를 지내고 나면, 결혼한 시누이가 오니 보고 가라고 하여, 친정에 갈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는 것도 불만이다. 남편 입장에서는 몇 시간씩 장거리를 운전해 힘들게 왔는데, 자기도 힘든데 아내가 짜증을 내는 것이 서운하고 화가 난다.
이러다 보면 서로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를 내게 되고, 그동안 묵혀왔던 문제까지 터져나오기 시작하며 명절을 계기로 이혼소송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니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혼자들의 하소연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의뢰인들을 상담해 보면, 명절에 육체적으로 고단하고 힘든 것보다도 이를 몰라주는 배우자가 더 야속하고 서운하다고 한다. '남들 다 하는 일 갖고 뭐가 힘들다고 그래', ‘너만 힘드냐? 나도 죽겠다’ 이런 말 한 마디에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한다는 것이다. 결국 상처되는 말 한 마디 배우자와 주고 받다 보면, 말싸움이 몸싸움이 되고 몸싸움이 집안 싸움이 되고,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지는 비극이 발생하게 된다.
명절이 이혼소송의 도화선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명절 이혼을 피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명절 때문에 고생한 배우자의 노고를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것. 더구나 명절 때문에 나도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면, 배우자의 노고를 먼저 인정하는 아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이런 태도는 명절 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전반에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명절 때만이라도 배우자의 수고에 감사하고, 배우자에게 평소보다 조금 더 자상하게 다가가 보자. ‘명절’이라는 결혼생활의 아킬레스건을 슬기롭게 극복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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