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차 업체, 불법파견 아냐”…연패에 궁지 몰린 비정규직지회
뒤집히는 제41민사부 판결...대법원 판결에도 근로자 패소 연이어
이 판결에 이어 그다음 날 서울중앙지법에서도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2019년에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 44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이기선)는 현대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사건에서도 직접생산공정, 엔진공정, 불출 업무를 담당한 1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은 인정됐지만 불출, 부품 입고 업무를 수행한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패소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작업은 정규직 근로자의 공정보다는 같은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사외에서 작업하는 공정과 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이들이 울산공장 내에서 작업을 했다고 해서 현대차의 사업에 편입됐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판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판결이 두 건 선고됐다.
그 후 대법원에서 현대차 전 공정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하는 직접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생산관리, 품질관리 등 간접 공정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광범위하게 인정했다.
대법원은 현대차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2차 협력업체라고 해서 파견 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소송을 낸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놓지 않고 해당 부분만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이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법원 판결은 원청과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협력업체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파견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한 최초의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에서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연이어 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앞서 소개한 고등법원 판결과 지난해 2월 선고된 고등법원 판결의 1심은 모두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던 일명 '제41민사부' 판결들이다.
1심에서 현대차 울산공장 2차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판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 판결과 제48민사부 판결이다.
제41민사부는 제48민사부보다 2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불법파견을 더 넓게 인정하고 있다. 현대차와 1차 협력업체 간 계약과 1차 협력업체와 2차 협력업체 간 계약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점, 2차 협력업체 근로자와 1차 협력업체 근로자의 업무가 유사한 점 등을 고려해 불법파견을 모두 인정했다.
반면 제48민사부는 서열 업무에 한해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한다. 서열지나 서열모니터를 보는 2차 협력업체 근로자는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았다고 봤지만 서열지를 직접 보지 않고 부품을 운반하는 불출 업무에 대해서는 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기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은 2021년 12월 노동법률을 통해 "제48민사부 판결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2차 협력업체나 공정별로 판단을 다르게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소속된 업체가 같고 같은 현대차 사업장으로 파견됐는데 일부 구성원은 사업에 편입됐다고 보고 일부 구성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제41민사부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히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고등법원에서는 서열지와 서열모니터를 지휘ㆍ감독의 징표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불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호 원장은 "대법원 판결은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하급심에서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와 2차 협력업체 사이에 현대글로비스가 들어오면서부터 공장 외부에도 협력업체 사업장이 생기고 그 사업장이 어느 정도 규모도 갖추고 있어 법원이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하급심에서 2022년 고등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