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사건 당시 ‘심신상실’ 여부에 따라 판단 달라져
연말 술자리 모임이 늘어나는 겨울철에는 밤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 의식이 혼미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여러 범죄의 피해자가 되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준강제추행이다.
준강제추행이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인 사람의 상태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범죄다. 술에 취해 의식 불명이 된 경우는 대표적인 심신상실에 해당한다. 준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이는 폭행, 협박을 성립요건으로 하는 강제추행과 동일한 수준이다. 강제추행에 준하여 처벌한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 법이 준강제추행을 얼마나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술에 취한 상태라 해서 무조건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셔 판단 능력이 다소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다거나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심신미약 수준이라면 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을 무조건 준강제추행이라 보기 어렵다. 실제로 판례는 알코올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억이 상실되는 블랙아웃 현상 등만으로는 당시 사람이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이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사건의 경위나 CCTV 장면 등을 토대로 의식소실 여부를 판단하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묻는 말에 대답을 바로 하거나 몸을 스스로 가누고 걸을 수 있는 등이 중요 기준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 기준이 너무나 기계적이라는 비판이 가해지면서 법원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알코올의 영향은 개인적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지는 않고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질문에 응해)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했다는 점만으로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할 것은 아니다”며 개별 사건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법무법인YK 강상용 형사전문변호사는 “이처럼 준강제추행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법원의 태도가 달라지며 당사자들의 태도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밝혀진 정황과 반대 되는 주장을 함부로 펼치거나 거짓말로 일관하는 태도는 오히려 더욱 무거운 처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이성적인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http://www.globalepic.co.kr/view.php?ud=2022110415011863226cf2d78c68_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