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혼소송으로 모두가 다치기보다는, 이혼조정신청으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며 아내나 남편 양측 모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혼소송 중 상대방을 격렬히 비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다.
보통 이혼소송에서는 이혼과 함께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게 된다. 위자료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혼인 파탄 원인이 된 상대방의 유책사유를, 재산분할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부부공동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한 점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미성년 자녀의 친권 및 양육권을 다투는 경우, 내가 상대방보다 양육자로서 적합한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즉 이혼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하여 나와 상대방의 잘잘못을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들추어내며 나를 비난하는 배우자를 보며,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더욱더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혼인생활 중 억울했던 점들을 토로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이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부부와 자녀,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인신공격과 비방은 소송의 승패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오히려 판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1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길어지는 법정공방에 양측 모두 상당한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소송의 단점을 보완한 제도가 바로 이혼 조정이다. 조정의 경우 변론을 진행하지 않고 조정위원과 판사의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 간에 조정이 성립될 경우 그 즉시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이 확정된다. 쌍방 당사자들이 조정에 참여하여 위자료 및 재산분할 등 여러 쟁점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면 조정성립이 될 확률이 높다.
또한 조정절차를 통해 쌍방 당사자의 합의점을 찾아 생산적인 논의가 오고 간 경우 조정이 결렬되어 재판으로 진행이 된다 하더라도 1~2회의 변론기일만으로도 소송이 종결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필자가 진행한 사건 중 이혼 조정으로 빠르게 이혼이 성립된 사례가 있다. 필자를 찾아온 의뢰인은 신혼 초부터 남편의 무심함과 시댁 식구들의 냉대로 인하여 큰 괴로움을 겪고 있었다.
의뢰인은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시달리다가 더 늦기 전 이혼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였으나 남편은 이혼을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의뢰인은 크게 다투며 사건을 오래 끌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에 필자는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되,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충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혼조정신청을 하였다. 의뢰인이 원하는 수준의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이혼조정신청서를 작성하였고 조정기일 당일에는 일부 조율이 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서만 합의점을 찾아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
인륜지대사인 혼인을 마무리하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사안에 따라서는 ‘신속한 이혼’보다는 긴 호흡의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혼은, 남은 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다.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지난 혼인생활을 복기하고 또 다시 괴로워하는 의뢰인을 보는 대리인의 심정 또한 무겁기 그지없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유한하기에, 의뢰인이 이혼 조정으로 빛 바랜 시간을 정리하고 보다 빠르게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기를 응원한다.
/법무법인YK 박수민가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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