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인회생의 가치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가 서울회생법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했다. 기존의 파산부로는 늘어가는 사건 수를 감당하기도, 그 전문성을 확보 및 유지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만큼 회생 파산을 하려는 회사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생절차라는 것이 심각한 채무자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불필요한 제도라고 오해를 하고 있는 것같다. 회생절차를 진행하려는 채무자회사들을 도둑놈들이라고 칭하면서, 법인회생제도를 무작정 폄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선 돈빌리고 다 갚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로 화제를 마무리한다. 실제로 본인은 돈을 빌려도 다 갚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법인회생절차는 소문처럼 채무자만을 위한 제도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더욱이 채무자회사의 입장에서도 그다지 환영할만한,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물론 채무자회사에게는 채무탕감이라는 혜택이 매우 매력적이고 크다. 그러나 그 혜택은 채무자회사 전 임직원의 극도의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열매이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구성원이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채무자회사의 입장을 이해해보자. 대부분의 채무자회사는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생각으로 돈을 빌리진 않는다. 더욱이 빌린돈으로 호화호식하는 것도 아니다. 공장을 짓거나 회사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사고, 직원들 급여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채무자회사로서는 빌린돈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으나, 불운하게도 손실을 보고 회사의 부채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법인회생절차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인회생절차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답은 ‘절대 아니다’ 이다.
채무자회사로서는 법인회생절차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행위에 제약이 생긴다. 모든 수입과 지출에 대해 법원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절차 중에 법원에 제출해야할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허가서와 보고서를 통해서 회사의 운영이 이루어진다. 즉, 회사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자금집행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채권자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일도 필요하다.
대표이사로서는 이러한 많은 제약을 받더라도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회생절차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의 사업을 실패한 것이지 인생을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을 되살려 관계된 자들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려고 처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법인회생절차를 잘 거쳐 회사가 살아난다면, 채권자들은 채권액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그리고 채권자들은 거래처가 되살아났으니 앞으로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니, 결국 회사가 폐업해버리면 못받았을 대금과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채권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또 회사의 직원들은 직장을 잃지 않았으니 이보다 더 공익적인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만약 거래처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무조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회생절차를 잘 수행하게하고 필요한 부분은 협조하는 것이 모든이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은 회사를 부도내고 잠적하는 대표이사야 말로 도둑놈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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