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 전문 파트너 변호사
오랫동안 ‘생산성’을 기업의 최고 미덕으로 삼으며 안전규칙 등을 소홀히 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근로자들은 각종 안전사고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왔다. 사회적으로도 산업재해로 인해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여 산업 발전에 해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여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했다면 중대재해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각종 안전사고가 여전히 발생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무려 141건으로 총 15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이긴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임에도 여전히 수많은 근로자가 산업재해의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서는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건설업은 50억원 이상의 공사)에 우선 적용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중소사업장에게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취약한 중소업체를 배려한 조치이지만 대부분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근로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언론의 관심이 중대재해처벌에만 몰린 점도 아쉬움을 낳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들의 안전, 보건상 유해나 위험을 방지할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설령 도급, 용역, 위탁을 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러한 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여 현장 근로자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중대재해처벌 1호 대상이 누구냐’며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고 기업에서는 이미 발생한 산재 사고에 대하여 중대재해처벌을 받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중대재해처벌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각 기업의 사정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사전에 최선의 관리 책임을 다한다면 설령 예기치 못한 산업재해 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중대재해처벌의 위험만 낮추기 위한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의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법적 책임을 다하는 내용을 담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직 법률이 시행된지 오래되지 않아 실제 사례가 적은 만큼,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우리 기업에 꼭 맞는 대응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