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파트너 변호사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 오는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해, 경찰청이 8개월간 사기 범죄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이 1만9630건이나 적발되어 전년 대비 77.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대포통장이나 카드의 발급 심사와 단속을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범행이 쉬운 대면 편취형 수법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범행 수법의 변화로 인해 사기방조 등 혐의에 연루되는 사람들도 함께 증가했다는 데 있다.
대면 편취형 보이스피싱은 범죄 조직원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이나 은행 직원 등을 사칭하여 속이고 현금을 직접 인출해 약속된 장소로 나오도록 유도한다. 일명 ‘수금책’으로 불리는 하부조직원이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아오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노출되어 검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모집한 사람에게 이러한 역할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설령 검거된다 하더라도 조직의 핵심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수금책’ 중에는 처음부터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액의 대가에 눈이 멀어 협력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했다가 졸지에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록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사기방조 혐의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사기죄와 비교했을 때 사기방조의 처벌 수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피해 금액과 범죄에 가담한 기간, 고의성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사기죄에 준하는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가볍게 보아선 안 된다.
또한 보이스피싱은 한 조직이 여러 건의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처벌을 결정할 때에도 그 피해액을 모두 합산하여 고려하는데, 만일 그 액수가 5억원 이상이라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경찰 출신의 유앤파트너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 전형환 변호사는 “만일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단순 심부름만 처리했다 하더라도 범죄단체가입·활동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사기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단순히 ‘몰랐다’는 주장 하나로 처벌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므로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