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처벌,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상태 입증이 중요[신승희 변호사 칼럼]
준강간은 강간에 준하여 처벌할 정도로 중대한 성범죄이지만 강간에 비해 요건이나 처벌 수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형법상 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간음하는 범죄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벌금형이 아예 규정되어 있지 않고 징역형의 하한선마저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죄책이 얼마나 무거운 지 알 수 있다. 처벌 수위는 강간과 동일하지만 성립요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준강간죄는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는 범죄다. 쉽게 말해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거나 잠이 깊이 들어 저항이 어려운 상태에서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면 준강간이 성립하게 된다.
이 때,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는 가해자와 연관이 없이 형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범행을 목적으로 술에 약을 타서 의식을 잃게 한 후 범행했다면 이는 강간이나 강간상해 등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
간혹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노려 2명 이상의 가해자가 함께 범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때에는 형법 대신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는데, 특수준강간으로 인정되어 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설령 범행이 미수에 그친다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준강간처벌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은 피해자가 몸을 스스로 가눌 수 없는 상태일 때 인정되기에 피해자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거나 만취하여 기억이 상실된다 하더라도 겉으로 보기에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라면 준강간으로 인정되지 않곤 했다. 흔히 말하는 블랙아웃 상태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처벌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랙아웃 상태라고 해서 무조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가 등장하고 있어 사건에 대해 단순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워졌다.
준강간 사건은 대개 술이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들이 사건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때에는 사건 장소의 CCTV를 확보하거나 함께 술자리를 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얻거나 사건 전후 연락 내역 등을 참고하여 당사자의 기억 속에 비어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춰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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