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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업무 떠안은 부하직원 사망은 ‘산재’...“업무 급증 악영향”
노동법률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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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다친 직장 상사 업무를 떠안게 되면서 업무량이 급증한 부하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뇌출혈 발생 무렵 상사와 다투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업무상 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는 아파트 영선기사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ㆍ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공단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확정됐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주된 발생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며 "과중한 업무로 인한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가 기저질환에 악영향을 미쳐 뇌출혈 발병에 기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사 업무 80% 떠안은 아파트 영선기사, '뇌출혈' 발병
 
A 씨는 아파트 유지ㆍ보수 업무를 맡는 영선기사로 총 1835세대를 담당했다. 여기에 A 씨와 2인 1조로 일하던 상사가 허리를 다치면서 업무가 몰렸다. 상사가 맡던 업무 가운데 80%를 떠안게 된 것이다. 차량 진행을 막는 카스토퍼 설치, 상사와의 다툼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A 씨는 단지 내 화단에서 일하던 중 두통을 호소했다. 같은 날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지만 6개월 만에 연명치료를 중단하면서 결국 숨졌다.
 
A 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A 씨의 근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로 정한 과로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 씨가 갖고 있던 선천성 질환인 뇌동맥기형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학적 소견도 근거로 들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노동부 고시로 정한 과로 인정기준에 못 미친다는 판정 근거에 대해서는 다른 산재 판결과 같은 판단을 내놨다. 노동부 고시는 행정규칙일 뿐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노동부 과로 인정기준은 업무상 환경 변화나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고려 요소 중 하나일 뿐 절대적 판단기준이 아니다.
 
"상사와의 다툼도 영향...기저질환 때문만은 아냐"
 
법원은 2인 1조로 수행했던 업무가 A 씨에게 몰렸던 상황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상사가 허리를 다친 이후로는 그의 업무 중 80%를 추가로 담당했고 2인 1조 작업이 필요한 업무도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며 "근무시간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업무를 근무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하주차장 카스토퍼 설치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고 옥상 누수 부위 보수 작업, 수목 전지작업을 하면서 육체적 부담이 가중된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뇌출혈 발병 전날 업무를 독촉하는 상사와 다툼을 벌인 사실도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던 데 대해서는 "뇌출혈 발병 전까지 특별히 질병으로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었고 기저질환을 지닌 상태에서 별다른 증상 없이 정상적인 근무를 해왔다"며 "다른 요인의 개입 없이 기저질환만으로 자연경과적으로 뇌출혈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참고
허리를 다친 직장 상사 업무를 떠안게 되면서 업무량이 급증한 부하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뇌출혈 발생 무렵 상사와 다투게 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업무상 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