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에 제정돼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및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업주, 경영책임자에게 처벌을 내려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신설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분기를 지난 현재, 처벌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산업현장, 추락사고 현황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안전보건공단)에서 발표한 ‘통계로 보는 2021년 산업재해’를 보면 재해 사망자는 828명이며 그 중 낙상사고 사망자가 42.4%(351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한다.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기재된 사망사고 속보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2022년 발생한 사망사고 속보는 426건이며 그 중 추락사고는 166건(1월 11건, 2월 13건, 3월 20건, 4월 18건, 5월 13건, 6월 15건, 7월 16건, 8월 23건, 9월 19건 10월 16건, 11월 5일까지 2건)으로 약 39%를 차지한다.
2022년 수치는 사망사고 속보만으로 판단했기에 작년 통계와 정확한 비교는 불가하다.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이전과 비교했을 때 추락사고는 여전히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 중 40% 안팎의 수준이다.
추락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에 높은 작업 시 추락방지용 그물망인 추락방호망 및 안전대/안전난간 미설치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7월에 발표한 ‘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추락위험방지 미조치가 전체 사고 중 15.8%를 차지한다.
작업절차 기준 미수립이 2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수사 당국이 사고 현장에 오면 작업계획서 시행여부만으로 작업절차 기준 미수립 적발여부를 판단한다”라며 “실질적으로 많은 사고 원인은 추락이다”라는 김‧장 법률사무소 김성주 변호사의 말을 미뤄보았을 때도 가장 주목해야 할 사고는 추락사고다.
현장 상황은 어떨까?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실무자뿐만 아니라 임원진까지 법적 구속력이 가해지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 기업은 사내 안전담당부서를 신설하고 담당임원을 뽑는 등 안전을 강화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법제정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산업재해의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모 건설업 현장 관리자는 건설현장의 손익분기점과 연관해 설명했다.
그는 “건설현장의 완공시점은 원청업체의 손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엄격하다. 공사기간을 지키기 위해서 작업현장을 빠르게 돌리다보면 그만큼 사고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더욱이 철근과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원자재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경기 불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업재해를 낮추지 못한 데 한몫했다. 공사 담당업체 입장에서 재정상황이 악화되면 안전관리비용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 건설업 현장 관리자는 “안전관리비용을 줄이는 것은 안전관리요원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며 안전관리에 필요한 장비도 포함되지만 안전관리요원의 인건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법적 관점으로
법무법인 와이케이(YK LAWFIRM) 조인선 변호사(중대재해센터장)는 추락사고 발생시에 중대재해처벌법에 의거해 처벌받을 수 있는 내용에 대해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설치비용지원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예산상의 이유로 증액해주지 못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반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게 된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해서 항상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장의 규모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선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실효성에 관해 “실질적으로 기업이익에 손실이 발생하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이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 기업 자체에 대한 벌과금 혹은 작업중지명령과 같이 일정기간 영업정지를 내리는 방식으로 수정 및 보완될 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