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윤갑근(56) 전 대구고검장(변호사·현 국민의힘 충청북도당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법조계에서 변호사의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가 논란이다. 윤 전 고검장 측이 "변호인 자격으로 의뢰인을 대리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윤 전 고검장이 ‘톱2밸런스 재판매 요청서’ 문건을 우리은행 고위층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건에는 우리은행이 판매를 중단한 라임자산운용 상품을 재판매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런 진술을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본부 서비스팀장에게 확보했다. 심 전 팀장은 1조 6000억원 규모 펀드 환매를 중단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이종필 전 라임투자자문 부사장과 함께 또 다른 라임의 ‘몸통’이라는 지목을 받는 인물이다.
검찰이 문제 삼은 건 윤 전 고검장이 지난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만난 사실이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었다. 라임자산운용의 상품을 판매하는 기관의 수장이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금융회사 임직원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 등을 수수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전 고검장 측은 이에 대해 “한두 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변호사로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변호사 자격으로 메트로폴리탄과 정식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수임료는 세금 10%를 포함해 2억2000만원이었다.
변호사 ‘의뢰인 대리’ 범위는
윤 전 고검장이 자문 계약을 맺을 당시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자산운용 자금을 투자받은 상황이었다. 라임자산운용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라임자산운용이 메트로폴리탄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이 윤 전 고검장을 변호사로 선임해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정식으로 자문료를 받고 로비 업무를 했다면 죄가 안 되지 않나?”라며 “대형 로펌 입법 로비 업무와 어떻게 다른가?”란 글을 올렸다.
검찰은 메트로폴리탄과 윤 전 고검장이 체결한 자문 계약의 실질적 성격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재개를 위한 청탁 대가라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검찰은 윤 전 고검장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수임료를 받았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측이 윤 전 고검장에게 돈을 지급한 정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고검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남부지법이 결정문에서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만 기재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윤 전 고검장 측은 “‘범죄 행위가 소명됐다’는 문구가 결정문에서 빠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지환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법원이 결정문에서 ‘범죄 행위 소명’ 문구를 기재하지 않더라도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판단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