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추행, 엄연한 성범죄… 추행의 정도와 상관 없이 비난 가능성 높아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하철추행은 출퇴근시간처럼 전동차 및 승강장의 혼잡도가 높은 상황을 틈타 타인의 신체를 만져 성적 수치심을 주는 범죄를 의미한다. 지하철 내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술에 취해 의식이 혼미한 사람을 추행하는 형태의 범행도 종종 발생하지만 이는 형법상 준강제추행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반적인 지하철추행은 성폭력처벌특례법 11조의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처벌되곤 한다.
성폭력처벌특례법 제11조는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 및 집회 장소, 그 밖의 공중밀집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런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사상 최초로 공중밀집장소추행 규정에 대해 위헌소원 심판을 진행하고 합헌 결정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헌재가 옛 성폭력처벌법 조항에 대해 심판을 하게 된 계기는 지하철추행으로 기소된 A씨 때문이다. A씨는 지하철에서 추행을 저질렀다가 붙잡혀 벌금 150만원이 확정되었다. 이에 A씨는 성폭력처벌특례법 11조에서 규정하는 추행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고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도 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적인 구성요건이 없어 가벌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수 있다며 평등 원칙 위반도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우선 추행이라는 개념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며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뜻하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지닌 사람은 어떤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도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해석 기준이 제시되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A씨가 주장한 “고의가 없이 우연한 신체접촉만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지하철추행처럼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추행은 피해자의 명시적, 적극적 저항이나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존재하고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이용하지 않아도 더욱 쉽게 추행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추행 정도와 상관없이 비난 가능성이 높아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YK 최고다 형사전문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지하철추행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과 그 판단 기준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지하철추행을 단순한 실수나 우연으로 치부하지 않고 엄연한 성범죄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입장이 다시금 확인된 사건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범죄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법이 개정되어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된 상황이므로 연루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